국과수 “피해여성 시신서 목 졸린 흔적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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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 구속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 범행을 시인한 피의자 박춘봉 씨가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포승과 수갑이 채워진 채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 범행을 시인한 피의자 박춘봉 씨가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포승과 수갑이 채워진 채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사건의 피의자 박춘봉 씨(55)가 “훼손한 시신을 택시로 옮겼다”며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2008년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박 씨가 6년간 불법체류하면서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4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6일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월세방에서 동거녀 김모 씨(48)를 살해한 뒤 시신을 흉기로 훼손했다. 경찰은 또 박 씨가 범행 당일 원래 집에서 약 240m 떨어진 다른 월세방을 계약한 뒤 이곳으로 시신을 옮겨 추가로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범행 직후 흉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시신 일부를 집에서 약 5.2km 떨어진 고금산 일대에 매장했다. 그는 시신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버젓이 택시로 이동했다. 나머지 시신은 걸어서 이동하며 집 근처 팔달산과 수원천에 버렸다. 경찰은 13일 고금산과 팔달산에서 추가로 시신을 수습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비닐봉지는 11개. 그러나 팔 다리 한 쪽씩을 아직 찾지 못했다.

범행 동기는 모호하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 끝에 김 씨를 밀었더니 벽에 부딪혀 숨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김 씨 시신에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이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중국 지린(吉林) 성 출신이라고 진술한 박 씨는 2008년 ‘박철’이라는 이름의 위조여권을 갖고 입국했다. 6년이나 국내에서 불법체류자로 생활하면서 10여 개의 가명을 사용했다. 지난해 수원의 한 인력사무소를 통해 청소 일을 했을 때에는 ‘장진태’라는 이름을 썼다. 지난달 26일 월세방 계약 때에는 ‘송 씨’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주로 수원에 머물며 공사장에서 일했지만 가족은 서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후 수원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포천시 소흘읍 일대에 피해자 김 씨의 휴대전화를 버렸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고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경찰은 범행수법이 잔혹하다고 보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박 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추가 제보를 기대하고 있다. 또 박 씨의 정확한 인적 사항과 중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수원지법은 14일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며 박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유전자(DNA) 채취를 위해 박 씨의 옷과 손톱,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던 박 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신 훼손 이유를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수원=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수원 토막살인사건#박춘봉#박춘봉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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