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살인 성공땐 ‘!’ 실패땐 ‘?’ 문자 암호까지 정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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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살해 피의자 팽씨 진술… 실제로 범행후 ‘!’ 문자 보내

“성공하면 !(느낌표), 실패하면 ?(물음표)를 보내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44)이 사건 직전 살인 피의자 팽모 씨(44)와 약속한 내용의 일부다. 1일 경찰과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구속된 팽 씨는 “올해 3월 2일 김 의원이 ‘무조건 죽여라…. 성공하면 느낌표, 실패하면 물음표를 보내기로 하자’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3월 3일 팽 씨는 송모 씨(67)를 살해한 뒤 김 의원에게 ‘!’만 적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런 암호까지 정해놓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살인교사의 경우 성공하면 아무 연락도 하지 말고 사라지라고 하면 되는 것”이라며 “돈이 궁핍한 상태였던 팽 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문자로 보내려다 아무 글도 쓰지 못하고 ‘!’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숨진 송 씨가 김 의원에게 자기 소유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달라며 돈을 건넸고, 김 의원이 이를 처리하지 못하다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실제로 강서구는 2012년 발산역 인근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안을 입안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장성원 서울강서경찰서 형사과장은 1일 “김 의원이 2010∼2011년 돈을 받고 용도 변경을 신경 쓰다 부탁을 못 들어주게 됐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씨가 용도 변경을 확신하고 미리 자신의 건물 증축 설계까지 진행한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2012년 송 씨는 잘 아는 건축사에게 “상업지역으로 전환되면 건물을 증축할 테니 설계도면을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이 건축사가 “일반주거지역이라 곤란하다”고 하자 송 씨는 “김형식 의원이 해주기로 했다. 2014년 5월(6·4지방선거 전)까지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송 씨 소유 건물 4동을 설계했다고 밝힌 건축사 A 씨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송 씨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대 땅이 상업지역으로 변경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땅값이 오르는데 (김 의원에게 준) 5억 원이 대수겠느냐. 이 인근에서는 김 의원에게 (용도 변경에 대한 대가로) 20억 원 이상이 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덧붙였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형식#김형식 살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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