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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불법체류자 유혹하는 ‘위장결혼’

입력 2013-12-03 03:00업데이트 2013-12-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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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30만원에 결혼비자” 브로커 기승… 한국인과 서류상 결혼후 국내 체류
신분세탁 첩보 입수땐 현장조사… ‘부부 동거’ 입증 못하면 처벌 받아
베트남 출신 쩐모 씨(35·여)는 1995년 일을 하러 한국에 왔다. 1년 뒤 지정된 근무지를 벗어나 일했다. 13년간의 불법 체류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불법 체류자라고 정부에 이실직고하고 자진 출국을 약속한 적도 있다. 정부가 2개월간 ‘불법체류외국인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한 2002년이다. 당시 정부는 자진 신고하면 범칙금과 입국 규제를 면제했다.

쩐 씨는 곧 출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계속 불법으로 취업해 일했다. 그새 또 다른 불법 체류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쩐 씨는 결국 2008년 단속에 걸렸고 4세이던 아이와 함께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 명의의 여권으로 신분 세탁을 해 위장결혼을 한 덕분이었다.

○ 한 달 30만 원에 신부 자격 얻어

쩐 씨는 2009년 재입국할 때 한국인 윤모 씨(54)를 남편으로 둔 결혼 이민자 신분이었다. 주소지상으로는 가짜 남편도, 쩐 씨도 모두 함께 대전에서 살았다. 실제로는 전에 지냈던 서울의 공장에서 일했다. 남편과 같이 살지도 않았다.

위장결혼은 주로 외국인이 브로커와 한국인에게 돈을 주고 결혼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체류하는 식이다. 위장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얻으면 국내에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브로커는 노숙인을 포함해 돈이 필요한 한국 남성을 외국에 데려가 위장결혼을 시킨다. 외국인은 이를 통해 결혼이민비자를 발급받는다. 사례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국인 배우자에게 한 달에 20만∼30만 원씩, 체류 연장을 할 때는 200만∼300만 원씩 준다고 알려졌다.

위장으로 결혼한 남녀는 실제로 결혼 생활을 하지 않았으니 부부가 함께 산 흔적이 없다. 예를 들어 집에는 남자 신발이 하나도 없다. 또 수저가 한 벌밖에 없는 데다 남자 옷이 없는 식이다. 부부끼리 최근 찍은 사진 역시 없다. “남편 속옷은 어디 두느냐. 가져와 보라”고 요구해도 내놓지 못한다.

어떤 외국인은 집안 내부까지 위장한다. 서류상 배우자는 같이 살지 않지만 실태 조사 때는 집에 남자 정장을 걸어 두는 식이다. 유아복을 진열해 놓고 남편 옷이라고 우기면서 조사관에게 “왜 나를 의심하느냐”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조사관은 면밀한 수사를 위해 이웃에게 수소문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이런 단속 방법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남자를 대동해 남편이라며 항의하기도 한다. 이때 남자는 조사관에게 “너 이름 뭐야. 네가 뭔데 사생활을 간섭하느냐”며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증거를 들이대면 대부분 실토한다.

○ 위장결혼 어떻게 적발하나

위장결혼은 당사자의 마음을 읽어 내야 하므로 적발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적발한 위장결혼 건수는 2010년 30건, 2011년 69건, 지난해 72건으로 늘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외국인이 체류 연장을 하거나 영주권, 국적을 신청하다 발각되는 경우가 있다. 신청자가 실태 조사를 받고 배우자와 함께 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장결혼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된다. 적발되면 처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출입국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첩보를 입수하면서 현장 조사를 병행한다. 어떤 사람은 “결혼 때문에 한국에 왔지만 살다 보니 맘에 안 들어서 별거 중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럴 땐 브로커로 추정되는 사람과의 통화 명세를 살피거나 통장 기록에서 대가가 오갔는지를 조사하며 혐의를 밝혀내곤 한다.

정부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외국인 등록을 할 때 양손의 지문 10개와 얼굴 정보를 수집한다. 2010년 9월부터는 외국인 우범자를 대상으로 지문 확인 제도를 시행했다. 지금은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적발된 신분 세탁범은 2010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9041명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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