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폭행… 25일 제명 여부 결정
“깊이 반성… 기회 달라” 동문들 읍소
없애자는 학생들도 단식 등 강경
“반성합니다” 캠퍼스 청소하는 역도부 인하대 역도부 동아리 학생들이 17일 3월 발생한 신입생 폭행사고와 관련해 반성과 자숙하는 의미로 캠퍼스를 돌며 쓰레기를 치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 기자 press82@donga.com
17일 오전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 후문 캠퍼스. 체격이 건장한 학생 10여 명이 교내에 널브러져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들은 인하대 역도부 동아리 소속 학생. 6월 말부터 교내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은 올해 학기 초 벌어진 역도부 동아리 신입생 폭행 사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이뤄지고 있다.
인하대 역도부 신입생 폭행사고는 3월 태권도 동아리와의 대면식에서 술잔이 비어 있다는 이유로 역도부 선배가 신입생들의 뒤통수와 따귀를 때리면서 시작됐다. 다음 날 한 신입생은 동아리 탈퇴 의사를 밝혔고 당시 역도부장인 박모 씨(26)가 역도부 규칙을 내세워 탈퇴 의사를 밝힌 신입생을 각목으로 50여 대 때렸다. 다른 신입생 2명도 역도부 박모 훈련부장(25)에게 50대씩 맞고 동아리를 탈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동아리연합회 학생회는 투표를 통해 역도부를 제명했다. 역도부가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연합회는 일단 제명 조치를 철회했다. 하지만 역도부의 존폐를 두고 학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입생을 때린 박 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쓰레기 치우는 일에 열의를 보였다. 그는 학교로부터 90일 유기 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는 “신입부원과 매일 PT체조와 푸시업 등 기초체력 훈련을 하면서 끈끈한 정을 쌓았는데 갑작스럽게 탈퇴한다고 해 순간 화가 났다”며 “저로 인해 50년의 역사를 가진 역도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폭력사고 발생 후 제명 조치가 이뤄지자 역도부 동문 50여 명이 4월 서울역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운재 역도부 동문회장(63·건축공학과 71학번)은 “역도부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준 마음의 고향”이라며 “자식 같은 역도부가 곤경에 처하니 밤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1963년 만들어진 인하대 역도부 동아리는 현재 700여 명의 동문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 동아리인 역도부를 폐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하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이 역도부의 외압에 굴복해 존치를 묵인했다며 6월 19∼24일 6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재학생 조휘진 씨(27)는 “역도부는 동아리 첫 번째 결정에 따라 폐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가 단식농성을 마친 지난달 24일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사퇴했고 역도부 존폐를 묻는 투표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인하대는 25일 전체 동아리 대표자 대회를 열어 역도부 존폐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전체 동아리 대표 3분의 2 출석에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역도부는 50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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