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자친구와 주기적 성관계 육사생도 퇴학처분은 부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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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의 자유 > 3禁 양심보고

주말 외박 때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퇴학이 부당하다’며 육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지난해 11월 소위 임관을 한 학기 남기고 퇴학당한 A 씨(23)가 ‘퇴학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퇴학처분을 취소한다’며 A 씨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퇴학당한 뒤 5월 병무청으로부터 일반병 입영통지를 받자 소송을 냈다.

지방 출신인 육사 생도 A 씨는 주말 외박 때마다 친구 하숙집에서 생활했다. 눈치도 보이고 불편해 지난해 1월 어머니에게 부탁해 서울 노원구 화랑로 육사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 주말에만 잠시 머무르는 용도였고 평일엔 종종 어머니가 와 있기 때문에 학교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집에서 데이트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수차례 성관계를 하게 됐다. 그러다 ‘이성친구와 원룸에 드나드는 육사 생도가 있다’는 누군가의 제보로 10개월 만에 원룸 생활이 적발됐다.

육사 측은 즉각 내부 심의를 거쳐 A 씨를 퇴학 처분했다. A 씨가 외박 때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해 ‘품위유지 의무’를 저버렸고 ‘3금 제도’(금주 금연 금혼)를 어겼을 때 자발적으로 보고하게 한 ‘양심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2년 가까이 사귀었고, 서로 동의하에 학교 밖에서 성관계를 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육사 측은 A 씨가 ‘성관계 성희롱 임신 동거 등 도덕적 한계를 위반하는 행위는 성군기 위반행위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생도 생활예규(35조6항)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양심보고에 대해서도 A 씨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는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일일이 보고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지만 육사 측은 ‘양심보고 제도는 사관생도의 도덕적인 용기를 기르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이를 어긴 건 육사 생도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정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심보고 역시 예규 22조에 명시된 육사 생도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육사는 1951년 이후 지금까지 교내 예규에 ‘3금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남자생도든 여자생도든 성관계를 하거나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퇴학당하는 건 아니다. 양심보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다른 위반 사항은 없었는지 등을 자문기구인 교육운영위원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학교 측이 처분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재판부는 “성관계는 개인의 자유이며 A 씨의 경우 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함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양심보고 역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를 위반했다고 징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사복착용 금지 규정을 어긴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현재 해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 역시 육사와 마찬가지로 3금 제도를 두고 있긴 하지만 육사와 달리 4학년 2학기부터는 생도들이 약혼을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독일에서는 사관학교 생도들의 혼인이나 성관계, 흡연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육사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대해 “미국 육사에도 양심보고 규정이 있다”며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육군사관학교#성관계#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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