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항소심 ‘녹취록’ 진위 새 쟁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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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 “내가 횡령주도” 통화내용,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
■ 이르면 22일 검찰 구형

회삿돈 횡렴 혐의로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르면 22일경 검찰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항소심은 최 회장이 첫 공판에서 1심 때의 진술을 번복해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핵심 증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증언이 계속 바뀌어 왔다. 김준홍은 최 회장 지시로 펀드를 조성하고, 빼돌린 회삿돈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공판 막바지에 김원홍이 횡령을 계획하고 주도한 것처럼 보여 주는 ‘녹취록’이 등장해 그 진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SK 측은 지난달 28일 11차 공판 직전에 김원홍이 최 회장, 최 부회장, 김준홍과 각각 나눈 통화 내용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주로 2011년 말 검찰 수사 때부터 이듬해 여름 1차 공판 때까지 이뤄진 통화 내용이다. 김원홍은 최 회장과 그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등 SK그룹 오너 일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그룹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1심 재판 때는 그의 역할이나 범행 관여 정도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녹취록에는 펀드 조성과 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김원홍에게 송금한 과정이 김원홍의 계획에 의한 것처럼 나타나 있다. 최 회장 형제가 이 계획을 잘 모른 채 김원홍의 요청에 응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내용들이다. 김원홍이 2011년 12월 7일 오전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갈 때 최 부회장과 통화한 내용에는 “누가 봐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잖아. 니는 진짜 아무 죄 없고 최 회장은 정말 더 죄가 없고, 어떻게 보면 준홍이하고 내가 너희 형제를 속인 거잖아”라는 대목이 나온다.

김준홍과 김원홍의 2012년 8월 통화 내용 중에는 “근데 T(최태원)는 회장님(김원홍) 명령을 받아서 편드를 해 준 게 있거든요. …실제 지금 플랜(재판 대응 계획)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T가 움직여서 펀드를 그 날짜에 만들어 준 것입니다” “내(김원홍)가 언제나 주장했듯이 대법원 가면 무죄를 받을 수 있고…” “내(김원홍)가 다 만들어 놓았으니 너(김준홍)는 겁먹지 말고…”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녹취록에 담긴 통화가 추후 공개 의도를 갖고 이뤄진 것은 아닌지, 공개 의도는 무엇인지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만약 재판부가 녹취록에 담긴 통화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는 11일 14차 공판에서 변호인에게 “이것(녹취록)이 (최 회장에게) 독(毒)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2일 12차 공판 때는 녹취록에서 김원홍이 ‘순수한 펀드’라고 말한 부분을 문제 삼아 “SK 계열사들은 다 그렇게 펀드 출자합니까? 이게 무슨 그룹 차원 펀드입니까”라고도 말했다.

최 회장의 진술 번복이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최 회장은 4월 8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펀드 조성 자체를 몰랐다”던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 “펀드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펀드 자금을 김원홍 전 고문이 투자 자금으로 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 수사 때와 1심 공판에서는) 펀드 조성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송금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믿어 주지 않을 거란 불안감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은 해외 도피 중이고, 또 다른 핵심인 김준홍은 진술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 때는 최 회장이 펀드 조성 자체를 몰랐다고 했고, 1심 막바지에는 최 회장이 펀드 조성 사실 자체는 알았지만 송금 사실은 몰랐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항소심에서도 금융 대출 관련 대목 등에서 진술이 바뀌어 왔다.

항소심에서 이처럼 새로운 변수가 여러 건 등장한 가운데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최태원 SK회장#녹취록#김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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