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가 한국 적응 얼마나 힘들었을지 피부로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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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공사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 통해 베트남 다녀온 박희선 양

“엄마, 제가 사온 베트남 커피 함께 마시며 자매처럼, 친구처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요.”

중학교 3학년 박희선 양(15·전남 보성군 예당중·사진)은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어머니의 고향 베트남에 다녀왔다. 한국공항공사의 다문화 사회공헌활동인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 덕분이었다. 2011년 5월 시작한 이 캠프를 통해 지금까지 다문화가정 중고교생 80명이 베트남 필리핀 같은 부모의 나라를 찾았다.

박 양은 베트남 출신 엄마 응우옌티브이 씨(25)와 2008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새엄마, 그것도 베트남 엄마가 생기는 데 불만은 없었을까? 박 양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홀로 오랜 기간 저와 언니를 기른 아버지도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새엄마는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한국에 적응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박 양은 “우리 집에 엄마가 온 지 한 열흘이나 지났을까. 한국말을 술술 하는 엄마를 보고 정말 놀란 기억이 나요”라고 떠올렸다.

이제 새엄마는 박 양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박 양은 한여름과 다름없는 요즘 새엄마와 함께 동네 주변 냇물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그리고 장날이면 새엄마의 손을 꼭 잡고 전통장터 나들이도 즐긴다. 박 양은 “엄마와 나는 자매나 단짝 친구 같아요. 덕분에 심각한 사춘기도 겪지 않고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박 양에게도 늘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있었다. 새엄마가 태어난 베트남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베트남 얘기를 들어도 직접 가본 적이 없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박 양은 ‘베트남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 학교 공부 때문에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5월 박 양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 19명과 함께 베트남의 하노이와 할롱베이를 여행했다.

박 양은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새엄마가 한국에 적응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 가본 베트남은 한국과 기후 언어 문화 음식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박 양은 “시집오자마자 우리 자매의 엄마로, 한국 아줌마로 금세 적응한 엄마가 새삼 대단하고 고마웠어요”라고 말했다.

소중한 새엄마를 위해 박 양은 베트남 현지에서 재배한 커피를 사들고 귀국했다. 새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그것도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고향 얘기를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박희선#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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