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술 대신 나눔… 대학축제가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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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에 재학 중인 중국 등 외국 학생들이 축제 기간에 지난달 발생한 중국 쓰촨 성 지진 피해자를 도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중부대 제공
중부대에 재학 중인 중국 등 외국 학생들이 축제 기간에 지난달 발생한 중국 쓰촨 성 지진 피해자를 도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중부대 제공
‘술 없이 더욱 풍성한 축제.’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들이 설정한 올해 축제 콘셉트다. 대학 축제 현장에서 술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놀고 마시는 데 쓰던 돈을 아껴 재난을 당한 유학생 학우의 국민을 돕는 나눔의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흥청망청하던 봄철 대학가 축제 현장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이다.

○ 술 없이도 축제는 풍성하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21일부터 4일간의 축제 기간에 캠퍼스에서 음주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매년 축제 때마다 캠퍼스 전역을 뒤덮었던 주점을 모두 없애는 대신 다양한 학술 및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총학생회 등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 술 없는 축제에 합의했다. 기독교 재단이 아닌 일반 대학에서 술 없는 축제를 시도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학교 측은 음주를 대신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해 포상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취업과 진로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난해 처음 시행해 호응을 얻었던 ‘사제동행’ 프로그램도 열린다. 봉제헌 총학생회장(화학과 4년)은 “그동안의 축제는 ‘음주를 위한 행사’로 보일 정도였다”며 “술 없는 축제를 준비하면서 축제의 의미와 가치를 오히려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석대 총학생회도 14∼16일 열리는 축제를 ‘무알코올 축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안성수 총학생회장은 “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올바른 음주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무알코올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며 “술 없이 진행하는 축제에 학생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나중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술이 없어 다소 서운한 점을 채우기 위해 무알코올 칵테일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천안시 알코올상담센터도 나서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였다.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절주 동아리 ‘소쿨이(소주와 쿨하게 이별하는 법)’ 학생들은 축제 기간인 28, 29일 재학생을 대상으로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축제’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인다. 음주 상황 체험하기, 절주 관련 상식 퀴즈 풀기, 무알코올 칵테일 제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 나누는 축제는 더욱 행복하다

‘It's time to show your love(이제 당신의 사랑을 보여 줄 때다).’

15일 충남 금산군 중부대 축제장에서는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쓰촨 성 출신 중국인 학생들이 고향의 심각함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열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 학생들이 동참했다. 그냥 도와 달라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각기 자국의 고유 음식을 준비해 팔았다. 이색 음식도 먹어 보고 유학생 학우의 국가도 도울 수 있는 이 행사는 문전성시였다. 중국 교환학생 리오 씨(24·경영학과 3)는 “지난달 고향에서 진도 7.0의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했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준 총장님과 교수, 동료 학생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말했다. 중부대는 이번 행사에서 모아진 성금과 수익금 전액을 중국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공주 한국영상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20일 오후 7시 공주문예회관에서 ‘천원의 나눔 콘서트’를 연다. 이 행사에는 겸임교수인 가수 김종서 씨도 참여해 ‘아름다운 구속’ 등 노래를 선사한다. 학생들은 이 행사에서 얻어진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공주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정상영 교수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학생 100여 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기진·지명훈 기자 doyoce@donga.com
#대학축제#단국대#백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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