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핫이슈/고위층 성접대 의혹 일파만파]경찰 “동영상 속 여성은 제3의 인물”… 신원파악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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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 같은 별장서 무슨 일이… 건설업자 윤모 씨가 상류층 봉사모임인 P단체 회원들을 초청했을 당시인 2010년 5월 강원 원주 별장 전경. 참석했던 한 여성은 “형형색색의 꽃과 어우러진 호화별장은 마치 별천지 같았지만 음란한 곳이었다”고 기억했다. H 씨 제공
별천지 같은 별장서 무슨 일이… 건설업자 윤모 씨가 상류층 봉사모임인 P단체 회원들을 초청했을 당시인 2010년 5월 강원 원주 별장 전경. 참석했던 한 여성은 “형형색색의 꽃과 어우러진 호화별장은 마치 별천지 같았지만 음란한 곳이었다”고 기억했다. H 씨 제공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관료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해온 30대 중후반 여성 C 씨가 아닌 제3의 여성인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이 여성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 동영상의 촬영 시기는 201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C 씨와 별개의 인물로 보인다고 22일 밝혔다. C 씨는 최근 경찰에서 “2008년 말 윤 씨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나 성접대를 했다”며 “그런데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은 김 전 차관으로 보이지만 여성은 내가 아니다. 다른 20대 여성인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세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선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앞서 20일 건설업자 윤 씨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검찰에 보냈을 때 첨부된 동영상을 본 일부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정당국 관계자는 “동영상을 제출한 여성 사업가 K 씨와 C 씨는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들 중 일부는 ‘김 전 차관이 계속 부인하면 나와 대질신문을 시켜 달라’며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주선으로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C 씨 외에도 또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K 씨는 “김 전 차관이 2011년 고검장이던 시절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 씨가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한 시기는 2008년 말∼2009년 초다.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는 C 씨의 주장이 아예 거짓일 가능성도 경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도 “C 씨와는 별장은 물론이고 그 어디서든 한 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 자체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동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도 그 별장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조사를 받은 여성 대다수가 문제의 동영상을 본 뒤 ‘윤 씨 별장이 맞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결론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별장에서 지인들과 히로뽕 등 마약을 복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마약을 투약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말 여성 사업가 K 씨가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압수수색해 뒷자리에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진정 수면효과가 있는 로라제팜 알약 1정을 발견했다. 경찰은 윤 씨가 여성들에게 약물을 몰래 먹여 성접대에 동원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3명에는 윤 씨와 윤 씨 조카, 로라제팜을 윤 씨에게 공급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

윤 씨가 주선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은 주부 등 평범한 여성이 많아 경찰이 관련 진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 씨가 일반 여성을 소개받은 뒤 한두 번 만나다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질질 끌려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별장에 초대받은 인물 리스트에 올라있는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와 관련해 윤 씨는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서울 반포동의 빌라 한 채를 시가보다 1억 원 이상 싸게 팔았고 향응도 100번 이상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직 관료는 “윤 씨가 부탁해 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고위층#성접대#김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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