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학교밖서 때려… CCTV 있으나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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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 CCTV 학교폭력 예방효과에 부정적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11일 자살한 최모 군(16)이 다녔던 경북 경산 J중 담당 학교폭력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은 이 학교 외에도 54개교를 맡고 있다. 그는 경산경찰서 관내 학교 55곳의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유일한 경찰관이다. 관리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경찰이 스쿨폴리스 확대를 추진하며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아직 현장으론 온기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다른 학교폭력 대책도 현장에서 겉돌긴 마찬가지다. 최 군은 “교내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지켜봐달라는 절규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3일 서울시내 중고교 10곳을 돌아본 결과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CCTV 수가 늘긴 했지만 실효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학교 밖서 때리는데…”

서울 성북구 Y중은 층마다 있는 화장실 앞에 CCTV가 한 대씩 설치돼 복도를 향하고 있다. 취재팀이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이 CCTV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학교폭력 예방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증언이다. 이 학교 3학년 김모 군은 “CCTV에 찍히는 것 자체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복도에서 할 거 다 한다”며 “학교에서 CCTV에 어떤 상황이 찍히는지 제대로 체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료 이모 군은 “싸움이나 괴롭힘은 교실 안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복도만 비추는 CCTV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CCTV를 피해 학교 밖에서 가혹행위가 많이 자행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학교 1학년 유모 군은 “학교 안에선 꼭 CCTV가 아니더라도 선생님한테 걸릴 수 있어 학교 밖 골목길이나 후미진 곳에서 때리거나 돈을 뺏는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S고의 경우 교내 후미진 곳을 중심으로 CCTV가 12대 설치돼 있다.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예방보다는 사후에 가해학생을 찾을 때만 도움이 된다는 게 학생들의 생각이다. 이 학교 1학년 오모 군은 “교내 학교폭력이라는 게 한곳에서 10분 이상 길게 이어지기보다는 순식간에 때리거나 돈 뺏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누군가가 하루 종일 CCTV에서 눈을 떼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 정황을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내 CCTV 감시 강화에만 매달릴 경우 폭력이 학교 밖으로 옮겨가 도리어 교사들의 감시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청소년폭력범죄예방단 상담사는 “CCTV는 화장실 등 교내 음지에 설치하는 게 필요한데 인권 문제도 있어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쪽으로 가야지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최 군, 여러 차례 집단구타”

최 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산경찰서는 최 군이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최 군의 중학교 친구 박모 군(15)은 이날 조사에서 “가해자들이 주먹으로 최 군의 가슴과 머리를 막 때렸다. 주로 교실 주변이었고 가끔 외부에서도 폭행했다”고 말했다. 또 박 군은 “유서에 나온 2명이 최 군을 때리는 것을 직접 본 적도 있다”며 “거의 매일 학교에서 폭행이 이뤄졌고 나도 당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J중에는 1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유서에 적힌 대로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운동장과 후문, 도서관 뒤편 구석은 CCTV 촬영이 어려웠다. CCTV의 화질이 40만 화소여서 찍히더라도 멀리 있으면 얼굴 식별은 거의 불가능하다. 촬영 영상은 한 달 정도만 보관되기 때문에 1월 29일 이전 자료는 모두 삭제됐다. 최 군의 학교폭력 피해가 시작된 2011년 자료는 없다.

학교 관계자는 “담당교사가 있지만 CCTV에 매달릴 수 없는 형편”이라며 “그래도 다른 학교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경찰은 남은 영상 분석에 들어갔지만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 군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서행동발달선별검사에서 1차 땐 정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가 2차에서 제외됐다. 관심대상 학생 선정 절차에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최 군의 장례는 사건 발생 3일째인 13일 오전 유족의 오열 속에 치러졌으며 유해는 대구 팔공산의 한 납골당에 안치됐다.

경산=장영훈 기자·김호경·권오혁 기자 jang@donga.com
#CCTV#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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