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위조 98세 노인, 잡고 보니 60세 ‘신분 세탁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1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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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6장 위조해 당첨금 12만원 챙겨
법원 속여 신분 세탁, 지자체 속여 노령연금·장수수당도 수령

연금복권을 위조한 90대 노인이 알고 보니 60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증권·문서 위조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고 출소한 뒤 신분 세탁을 통해 90대 노인으로 변신,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5일 법원을 속여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은 뒤 위조 범행을 저지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안모 씨(60)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상 안 씨의 나이는 98세였지만, 그는 신분세탁을 통해 나이를 38세나 많게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유가증권 위조죄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5년, 신분 세탁 등을 통해 범행을 준비했다.

천애의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의 모 교회 목사에게 접근한 그는 자신의 나이를 90세(2005년 기준)라고 속였다.

출소 후 7개월간 노숙생활을 하던 그가 신분 세탁을 한 이유는 주변에서 "나이가 많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생활하느냐"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안 씨는 이 목사의 도움으로 2006년 6월 법원에서 성·본을 창설한 뒤 2009년 3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호적) 창설 허가를 받았다. 이때 허가된 안 씨의 출생연도는 1915년이었다.

안 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위조 범행을 시작됐다.

그는 2009년 3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가공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열 손가락 끝에 접착제를 칠해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속여 신분이 탄로 나지 않도록 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데 성공한 그는 이때부터 지난 1월까지 48개월간 총 2285만 원의 기초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 기초생계비를 지원받았다.

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 당당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하며 TV 인기프로그램인 노래자랑에 참가하고, 교양프로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복권 위조 사건을 수사하던 흥덕경찰서는 'TV에 출연한 적이 있는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 신병 확보에 나서 1월 17일 안 씨를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백발에 하얀 수염, 이마 등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과 검버섯 때문에 안 씨를 실제 90대 노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안 씨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고, 경찰은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있던 안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그의 위조된 '가짜 신분'을 밝혀냈다.

100세에 가까운 노인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권을 정교하게 위조한 것을 의심한 경찰이 동종 전과자를 조회해 그의 진짜 신분을 찾아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1999년 6월 유사한 방식으로 복권을 위조했다가 붙잡힌 '수사기록상의 안모 씨(당시 46세)' 역시 백발에 흰 수염을 한 모습이었으며, 안 씨의 열 손가락 지문이 그의 진짜 신분의 호적 지문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조사 결과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안 씨는 1975년 복권을 위조했다가 붙잡혀 징역을 사는 등 이때부터 각종 위조죄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안 씨는 여전히 경찰에서 "나는 한 살 때 버려져 고아로 살았고 1915년생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 씨가 출소 이후 위조 범죄를 추가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적을 중심으로 여죄를 캐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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