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 전 울산 앞바다에서 잡혔던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ey Whale) 2마리의 골격이 미국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계 귀신고래 표본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로 널리 알려진 고고학자 로이 앤드루스 박사가 1912년 1월과 6월 울산 장생포에서 포획한 것을 미국에 보낸 것.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박물관 박혜린 학예연구사는 앤드루스 박사가 1914년에 발표한 태평양 고래류에 관한 논문에 나온 한국계 귀신고래를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박 학예사는 이 내용을 ‘미국 땅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계 귀신고래’란 제목의 논문으로 최근 학계에 발표했다.
박 학예사는 논문에서 1911, 1912년 장생포를 찾은 앤드루스 박사가 당시 장생포에서 포획된 귀신고래 40여 마리를 목격하고 세계 최초로 ‘한국계 귀신고래’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에 분포하는 80여 종의 고래 중 유일하게 ‘Korean(한국계)’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경위다. 앤드루스 박사는 이 종(種)의 습성과 외모의 특성을 연구하려고 어미 고래 2마리의 골격을 확보해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과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에 각각 한 개씩 보냈다.
박 학예사는 앤드루스 박사가 논문에서 밝힌 이런 사실에 주목해 골격표본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이들 박물관에 귀신고래의 골격표본이 101년 전과 똑같은 형태로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있는 귀신고래의 골격표본은 몸길이 12m의 수컷으로 박물관 골격관에 완전한 상태로 전시돼 있다. 이 귀신고래의 유물 정보에도 1912년 1월 한국 울산에서 수집한 사실이 적혀 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나머지 1개는 수컷 귀신고래의 골격과 두개골 일부만 남아 있다. 1912년 6월 19일 울산에서 수집됐다고 유물정보에 나와 있다.
정부는 1962년 12월 3일 한국계 귀신고래가 자주 출몰했던 울산 앞바다를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했다. 귀신고래는 몸길이 16m 정도에 무게가 45t이나 되는 대형 수염고래류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1월 3일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귀신고래 2마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래연구소는 2008년부터 귀신고래가 헤엄치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제공하면 포상금 5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지급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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