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페셜올림픽 성과와 과제 좌담회]“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린 행복대회… 우리 사회 한단계 성숙”
동아일보
입력 2013-02-09 03:00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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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포용이 필요합니다.” 8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실에서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결산 좌담회가 열렸다. 사회를 본 본보 이승건 기자, 자원봉사자 정가희 씨, 피겨 송영민 선수의 어머니 홍영희 씨, 나경원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스노보드 선수로 참가해 금, 은메달 1개씩을 목에 건 강민석 선수, 대회를 관람한 조성민 씨(왼쪽부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평창 스페셜올림픽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체육·문화·인권 축제인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이 5일 막을 내렸다. 세계 106개국의 지적장애 선수단 3000여 명은 8일 동안 각종 스포츠와 문화 행사를 통해 기쁨과 성취를 경험했고, 대회 슬로건인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함께라면 할 수 있다)’의 진정한 의미를 세상에 보여줬다. ‘아주 특별한 올림픽’을 마친 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조직위원장 그리고 참가 선수와 가족, 자원봉사자가 8일 문화부 대회의실에 모여 얘기를 나눴다. 동아일보가 이를 지면으로 중계한다. 사회는 스포츠부 이승건 차장이 맡았다. 》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이 많은 국민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주무부처 장관과 조직위원장으로서 대회를 평가해 달라.
▽최광식 장관=현 정부의 마지막 국제행사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처음에는 잘될 수 있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오지 않으면 선수들이 실망할까 걱정했는데, 많은 분이 오셔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어울림의 장이었고 모두가 행복한 한마당이었다.
▽나경원 위원장=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준 대회였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어울림을 중시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에는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 대회를 통해 그런 갈등을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가 그동안 폼 나고 근사한 국제대회를 잘 치러 왔지만 이제는 어렵고 힘든 쪽을 바라보는 대회도 멋지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장관은 개·폐회식 참석은 물론이고 경기도 관람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최 장관=선수와 자원봉사자들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것, 전경련과 코레일 등 기업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후원에도 감명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폐막식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 등이 지적장애인들과 말춤을 출 때 처음으로 이 춤을 따라 춘 것은 아주 유쾌한 경험이었다. 모두가 하나 된 기분, 마치 마법에 걸린 기분이었다.
―스포츠 이벤트 외에도 행사가 많았다. 평창 대회가 이전에 열렸던 스페셜올림픽과 비교해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나 위원장=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문화올림픽이었다. 역대 대회 처음으로 준비한 글로벌 개발 서밋, 스페셜 핸즈 프로그램 등은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한 행사이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개발 서밋의 결과물인 ‘평창 선언’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향후 국제회의에서 적극 참고하겠다고 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대회 운영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편할까’였다. 부대 행사 등을 하다 보면 선수들이 지치는데 빨리 숙소에 가 쉬게 하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추운 날씨 때문에 도시락이 너무 차다는 얘기를 듣고 포장을 할 때 핫팩을 넣어 보온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누가 뭐래도 스페셜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와 그 가족이다. 이번 대회 참가를 통해 어떤 점을 느꼈나.
▽강민석 선수=겨울스페셜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그리스 여름대회에 참석해 농구 선수로 뛴 적은 있었다. 평창은 너무 즐거웠다. 코치와 감독 선생님들이 우리보다 더 열심히 뛰고 고생해 감명을 받았다. 외국에서 온 선수들과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친하게 지낸 것도 좋았다.
▽홍영희 씨=지적장애인인 아들을 따라 두 차례 겨울스페셜올림픽에 참석했다. 한 7년 전부터 아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쉬고 있었는데 한국이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는 꼭 나가고 싶었다. 마침 지난해 가을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나도 아들도 뛸 듯이 기뻤다. 대회 기간 코치님이 만삭의 몸이었는데도 아들을 포함한 선수들을 너무 헌신적으로 잘 이끌어 주셨다. 대회 기간에 출산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열정과 애정을 가진 지도자들을 만나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지적장애인들은 뜨겁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다. 이런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막 전만 해도 스페셜올림픽이 국민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대회를 직접 관람해 보니 어땠나.
▽조성민 씨=스페셜올림픽이란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생소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인정하는 대회이면서 지적장애인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을 찾아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 중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모습, 그런 선수를 다른 선수들과 관객이 격려해 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현대사회에서는 성과와 결과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이 보여준 순수한 열정과 상대에 대한 배려는 각박한 세상에서 한 번쯤 곱씹어볼 덕목인 것 같다.
―이번 대회를 빛낸 숨은 주역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열린 스페셜올림픽이라 생소했을 텐데, 자원봉사를 지원한 계기와 대회를 마친 소감은….
▽정가희 씨=국제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성숙해지는 기회다. 지난해 프레 대회에도 자원봉사를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에 파키스탄 선수단 지원을 담당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스페셜올림픽은 메달 경쟁이 아닌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목적 아닌가. 선수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오히려 ‘힐링’을 받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통역을 하면서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기회가 있다면 자원봉사를 또 하고 싶다.
―이번 대회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사전 이벤트이기도 하다. 운영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었다면….
▽최 장관=대한민국과 평창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문화올림픽을 접목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미숙한 점은 분명히 있었다. 이런 것들을 고치기 위해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 아쉬웠던 점을 잘 기록해 평창 겨울올림픽은 물론이고 2017년 프레 대회를 훌륭히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참, 지면을 빌려 육군 1군사령부 예하 부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군인들이 엄청나게 쌓인 눈을 치워 준 덕분에 안전하게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국내 지적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은데….
▽나 위원장=스페셜올림픽은 ‘스포츠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도전의 기회다. 지적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그것이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화부에서 예체능 강사를 각급 학교에 지원해주는데 비장애인보다 장애인들에게 더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장애인들에게 우선 배정해 주셨으면 좋겠다. 스포츠를 할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 대회가 참 많아졌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홍영희 씨=지적장애인들은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특히 스포츠는 머리로 외우기보다 몸으로 습득하는 것이라 지적장애인들에게 적합하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 다른 일을 할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체육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최 장관=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전용시설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스페셜올림픽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시설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예체능 강사들도 장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되도록 신경을 쓰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 대회가 사회 각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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