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어도 알수없는 뫼비우스 신드롬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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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소질환 알리기 나선 박세진-진미현 의사 부부

진미현 씨(왼쪽)와 박세진 씨가 아들 이수 군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이수 군의 코에는 영양을 공급받는 호스가 꽂혀 있다. 최근에는 조금씩 입으로 삼키는 훈련도 하고 있다. 박세진 씨 제공
진미현 씨(왼쪽)와 박세진 씨가 아들 이수 군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이수 군의 코에는 영양을 공급받는 호스가 꽂혀 있다. 최근에는 조금씩 입으로 삼키는 훈련도 하고 있다. 박세진 씨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박이수라고 합니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넉 달이 다 돼 가네요…. 저는 무표정한 얼굴로 웃는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얼굴 근육이 안 움직여서 그래요.’

박세진 씨(36)와 부인 진미현 씨(33)가 아들 이수 군(1)을 위해 만든 포스터와 팸플릿의 내용이다. 박 씨는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진 씨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치과에서 각각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 부부. 이들은 이 포스터와 팸플릿을 ‘뫼비우스 신드롬의 날’인 24일 자신들이 근무하는 병원 곳곳에 붙이는 한편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이수 군은 ‘뫼비우스 신드롬’이라는 희소질환에 걸렸다. 국내에선 이수 군을 포함해 4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워낙 생소한 병이라 해외 웹사이트에서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박 씨 부부는 “우리 아이는 가슴으로만 웃는 병을 앓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 태어났을 때 이수 군은 여느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렸지만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굴 근육을 못 움직여서 젖을 못 빨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발목은 몸 안쪽으로 굽어 있는 상태였다. 담당 의사는 “책에서만 봤던 뫼비우스 신드롬 같다”라고 말했다.

곧장 치료가 시작됐다. 코에 호스를 연결해 영양을 공급했고 다리에는 깁스를 했다. 박 씨 부부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학병원 의사지만 갓난 아들의 병은 낯설기만 했다.

박 씨는 “뫼비우스 신드롬을 앓으면서도 정보가 없어서 그냥 ‘아이 지능이 낮구나’라고 여기고 넘어간 부모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들이 뫼비우스 신드롬의 날을 맞아 포스터와 팸플릿으로 병을 알리기로 결정한 이유다. 그는 “일반인들은 뫼비우스 신드롬 환자를 봤을 때 ‘왜 저 사람은 우스운 상황에서도 소리만 내고 표정이 없지?’라며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며 “이 병이 많이 알려지면 환자를 좀더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 씨 부부는 포스터와 팸플릿에 아기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문구를 썼다.

‘저는 울 때 얼굴을 엄청나게 빨갛게 만들 수 있어요. 왜 그러냐고요? 아무리 얼굴을 찡그리려 해도 얼굴이 움직여지지 않아서…. 그래도 세상엔 즐거운 일들, 웃긴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깔깔 소리를 내어 웃곤 한답니다.’

병에 대한 정보도 담았다. 증상은 무엇이고 치료법은 어떠한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포스터와 팸플릿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기로 했다. 23일엔 뫼비우스 신드롬에 대한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환우 모임도 만들기로 했다. 뫼비우스 신드롬 환자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만난다.

진 씨는 “일반인에게 뫼비우스 신드롬을 알려서 우리 사회가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을 좀더 잘 받아들였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 뫼비우스 신드롬 ::

뇌신경이 마비돼 웃거나 찡그릴 수 없고 눈동자를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 없는 선천성 희소질환. 발목이 몸 안쪽으로 굽거나 숨쉬기, 음식 삼키기,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병을 처음으로 진단한 독일인 의사 뫼비우스의 이름을 따 병명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뫼비우스 신드롬#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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