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힘내야죠” 영웅의 아내는 영웅만큼 의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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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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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특별상 故 김인철 소방교-최홍 소방경 부인의 사부곡

“남편이 살아서 이 상을 받았다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고 최홍 소방경의 부인 변경숙 소방위는 상을 받는 내내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왼쪽 사진). 고 김인철 소방교의 부인 김수희 씨는 사회자가 남편의 공적을 이야기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오른쪽 사진).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남편이 살아서 이 상을 받았다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고 최홍 소방경의 부인 변경숙 소방위는 상을 받는 내내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왼쪽 사진). 고 김인철 소방교의 부인 김수희 씨는 사회자가 남편의 공적을 이야기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오른쪽 사진).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 말이 잔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7일 영예로운 제복상 두산특별상 수상자로 고 김인철 소방교가 호명되자 부인 김수희 씨(35)의 움츠린 어깨가 흔들렸다.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는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그는 혼자였다.

“살 수 있었는데….”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자 울음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정말 자상했던 남편, 따뜻한 아빠. 출근길에 아이를 안고 환히 웃던 모습이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고 김 소방교는 지난해 7월 전북 군산의 한 유리공장에서 물탱크에 빠진 인부를 구하려다 가스에 질식해 순직했다. 향년 40세. 상황이 워낙 급박해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물탱크 안에 들어가 미처 호흡용 공기통을 착용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항상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서 있는 위험한 직업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은 몰랐다. 결혼 초기에는 남편이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면 걱정이 돼 몰래 따라가 보기도 했다. 위험한 현장을 다녀온 날엔 티를 내지 않으려 유독 말이 없던 남편. 늘 안쓰러웠지만 언제까지나 든든하게 곁을 지켜 줄 것으로 믿었다.

남편이 떠난 뒤 김 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100만 원가량의 연금만으로 네 살 된 딸과 세 살 난 아들, 세 식구가 살아가기는 벅차기만 하다. 친정에서 도와주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넉넉지 않다. 아이들이 어려 취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도 아빠를 찾는다. “아이들이 아빠가 보고 싶을 땐 아빠 휴대전화를 꺼내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곤 해요. 딸이 소방관인 아빠를 늘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는데….”

고 최홍 소방경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됐을 땐 제복 차림의 여성이 단상에 올랐다. 남편과 소방관 일을 함께 했던 부인 변경숙 소방위(49·대구 중부소방서 소속)였다. “남편이 살아서 이 상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는 상을 받는 내내 울음을 참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편은 소방 업무에 모든 걸 바친 사람이다. 구조대 활동만 16년을 한 베테랑이다. 위급한 구조현장에서도 몸을 아낄 줄 몰랐다.

같은 소방관이어서 남편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요즘은 3교대지만 예전에는 24시간 맞교대를 해야 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했다. 밤에도 수시로 출동해야 했고, 변변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뛰어들었다. 구조대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들이마신 연기와 유독가스, 처참한 현장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몸속에 쌓여 갔다. 몸이 불편해도 참고 현장을 지켰던 고인은 2010년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 투병하다 지난해 9월 유명을 달리했다.

변 소방위의 남은 소망은 남편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것. 지난해 10월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현장에서 순직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사망한 것이어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에 걱정이다.

두 유가족에게 축하와 함께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라 기자는 망설였다. 말을 더듬는 기자에게 김 씨는 오히려 웃음으로 화답했다. “앞으론 절대 울지 않을 겁니다. 힘내야죠. 2년 정도 착실히 준비해서 취업도 하고 아이들도 잘 돌볼 거예요. 아빠를 잊지 않고 항상 자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게 키울 겁니다.”

머쓱해졌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라는 ‘소방관의 기도’처럼 또 다른 생존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유가족은 의연했다. 영웅의 아내는 영웅만큼이나 위대해 보였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 “제복 공직자 덕에 선진국 발돋움”… 이명박 대통령 축하메시지 전문 ▼


제2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 개최를 축하하며, 특별히 오늘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으신 수상자 여러분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여러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종 위험이 도사린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나와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기에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제복 입은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국민 모두가 잘사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데에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제복 입은 분들이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일류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분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전하는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동아일보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 모두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 “여러분 헌신이 국민행복 출발점”… 박근혜 당선인 축전 전문 ▼

우리 사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존경스러운 분들의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입고 계신 제복에는 국민들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나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준다는 믿음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행복도 이루어지는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으로 국민들의 삶의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

그 공로로 오늘 수상하신 여러분은 물론 모든 제복 공무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이 보상받고,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예로운 제복상#유가족#김인철#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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