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똑똑한 로봇친구 알버트와 놀면서 즐겁게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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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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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로봇으로 낱말공부·숫자놀이… SK텔레콤 ‘가능성 교실’

12일 서울정진학교 학생들이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 있는 정보통신체험관 ‘티움’을 방문했다.
12일 서울정진학교 학생들이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 있는 정보통신체험관 ‘티움’을 방문했다.
“어! 진석이다 진석이∼. 텔레비전에 진석이가 나온다! 하하∼.”

이동통신사의 유명 CF 속 주인공의 얼굴에 서울공립특수학교인 서울정진학교 6학년 박진석 군(12)의 얼굴이 합성되어 대형 모니터에 등장했다. 이 학교 같은 학년 주효정 양(12)과 친구들은 환호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얼굴을 그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을 뿐인데, 친구의 얼굴이 곧바로 CF의 주인공 얼굴이 될 줄이야.

11일 서울정진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 구축된 정보통신기술 체험관 ‘티움(T·um)’을 방문했다. 이들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첨단 정보통신기술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미래여행’을 했다.

티움은 서울정진학교에 있는 ‘스마트로봇’인 ‘알버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작동하는 알버트는 이 학교에 다니는 지적장애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며 공부할 수 있도록 SK텔레콤이 지난달 무상으로 지원한 교육용 로봇.

이날 학생들은 사람의 몸과 얼굴을 스캐닝해 아바타를 만든 뒤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는 ‘스마트 쇼핑’, 스마트폰을 게임기의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원격 네트워크 게임’ 등을 체험하며 티움을 만끽했다.

○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 ‘가능성 교실’

서울정진학교 6학년 1∼3반 학생들은 매주 수업시간이면 한두 번은 알버트를 만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갖춘 스마트폰이 ‘두뇌’ 역할을 하며 작동하는 알버트에겐 놀라운 기능이 담겨있다.

학생들이 스마트 펜을 책에 갖다대면 소리를 내어 단어나 문장을 읽어주기도 하며, 학생들이 주사위를 바닥에 굴리면 주사위가 가리키는 숫자만큼 자기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놀이를 통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 세계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주사위를 굴려 특정 국기가 나오면 커다란 세계지도 위에 서있던 알버트는 해당 국가의 위치로 이동하는 ‘재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알버트의 광학인식센서에 카드를 갖다대면 카드의 단어와 그림을 인식해 반응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알버트를 통해 단어를 익히고, 물건을 사고파는 방법을 배우고, 숫자공부를 한다.

알버트를 이용한 수업은 서울정진학교의 ‘가능성 교실’에서 진행된다. SK텔레콤이 구축해준 가능성 교실에는 알버트를 비롯해 ‘스마트TV’ ‘로봇축구대’ 등 SK텔레콤이 무상 제공한 다양한 스마트 기기로 가득하다. 첨단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장애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스마트 교실’의 기능을 하는 셈. 가능성 교실이라는 이름은 학생들이 학교를 넘어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를 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진 것이다.

○ 스마트로봇과 가게놀이를

▲알버트
지적장애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 이런 뜻에서 서울정진학교 학생들이 알버트를 활용해 체험하는 ‘시끌벅적 가게놀이’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실감나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알버트를 활용한 가게놀이는 다음처럼 진행된다. 스마트 주사위를 던져 숫자가 나오면, 각종 가게가 그려진 거대한 놀이판 위를 알버트가 해당 숫자만큼 이동한다. 만약 숫자만큼 이동한 곳이 채소가게라면, 가게에 당도한 알버트는 “시금치”라고 말한다. 그러면 알버트에 장착된 스마트폰의 화면에 시금치 그림이 나온다. 이때 이 그림과 똑같은 시금치가 그려진 카드를 학생이 선택해 알버트에게 갖다 대면 스마트폰 화면에는 ‘O’(‘맞다’는 뜻)라는 기호가 뜬다. 이후 알버트가 “3200원!”이라고 외치면, 학생은 여러 모형지폐 중 1000원짜리 3장과 100원짜리 2장을 차례로 알버트의 인식센서에 갖다대고 시금치의 구매를 마친다.

스마트 로봇을 통한 놀이교육을 통해 지적장애 학생들이 인지능력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것. 숫자와 화폐에 대한 개념도 형성해나갈 수 있다. 이런 놀이교육은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낮은 지적장애 학생들이 수업에 별난 재미를 느끼면서 몰입하도록 만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서울정진학교는 알버트를 활용한 수업을 내년부터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정규수업으로도 편성할 계획이다.

이 학교 진성수 교사는 “알버트와 학생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지적장애학생들의 인지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 홍보실 이누리 매니저는 “스마트로봇을 통한 교육은 실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듯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의 적응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특수학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꿈꾸고 기술을 이룬다’는 광고문구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닐까.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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