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워커힐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디너쇼’. 스페인 민속춤 플라멩코를 현대적인 쇼로 만든 이 공연이 워커힐 쇼 5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쇼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워커힐 쇼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은 “17∼23일 ‘워커힐씨어터’(옛 가야금홀)에서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디너쇼’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는 워커힐 쇼를 하지 않는다”고 13일 밝혔다. 1963년 호텔 개관과 함께 워커힐 쇼가 시작된 지 햇수로 50년 만이다.
호텔 측은 996m² 면적에 최대 1200명을 수용하는 워커힐씨어터를 카지노와 면세점 확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963년 4월 8일 호텔 개관 기념으로 미국의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을 초청하며 시작한 워커힐 쇼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서양 무희들의 이색적이고 화려한 쇼를 무대에 올리며 19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1부는 민속 쇼, 2부는 서양인의 쇼로 구성해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관객을 함께 끌어들였다.
996㎡ 면적에 최대 1200명을 수용하는 워커힐씨어터는 식사하면서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공연장이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제공그러나 이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롭게 각광받는 공연이 등장하고 한편으로 뮤지컬과 발레 등 고급 공연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관객에게도 외면 받게 됐다. 결국 2000년대 들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 오다 올해 3월 31일 공연사업팀을 해체하면서 사업을 접은 것.
이번 공연은 워커힐씨어터 극장장 출신인 공연기획사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 이병수 대표의 설득에 따라 아홉 달 만에 ‘마지막 워커힐 쇼’로 올리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워커힐씨어터는 한국 최초의 최신식 상업공연 극장이다. 50년 워커힐 쇼가 막을 내리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 맥은 이제 끊기게 됐지만 워커힐 쇼는 ‘국내 공연 발전의 밑거름이 된 공연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무대장치를 도입해 운용하면서 국내에 공연장의 무대기술 전문인력을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1993년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당시 무대 기술부장을 맡았던 함태정 씨, 2000년 서울 LG아트센터 건립 당시 기술팀장이었던 박영철 LG아트센터 총괄국장, 지난해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블루스퀘어의 원영돈 기술팀장, 인터파크씨어터의 장현기 본부장 등이 워커힐 쇼 출신의 무대 전문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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