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전이 공약 부풀리기와 상대 후보 약점 잡기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홍준표, 통합진보당 이병하,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출전한 가운데 줄곧 홍 후보가 앞서고 권 후보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어설픈 공약이 선거 기간 내내 논란을 불렀다. 홍 후보는 본선보다 어렵다는 당내 경선 당시 ‘경남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에 제2청사 건립, 진해에 의과대학 유치’라는 공약을 내걸어 재미를 봤다. 본선에서도 “도청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고 2년 내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뒤 4년 내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후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높게 나오자 최근엔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발을 빼고 있다. 진해 의과대학도 창원에 경상대병원이 들어서기로 돼 있어 타당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유권자의 시선을 모으고 싶었을까. 권 후보는 ‘통합창원시 재분리’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일부 공무원은 “도청 이전보다야 마산 창원 진해 분리가 더 현실적이고 괜찮은 제안 아니냐”고 했지만 전체적인 여론은 싸늘한 편이었다. 결국 “정부가 억지 통합을 했으므로 주민투표를 통해 찬반 의견을 물어보자는 취지”라고 정리를 했다.
유료도로인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권 후보는 “반값 통행료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후보는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모든 공약을 100% 실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약을 내놓기 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대표 공약이 즉흥적이었다면 나머지는 보나마나다. 부실 설계는 부실 공사로 이어진다.
TV토론회에서 홍 후보가 권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하자’고 농담처럼 던지거나 ‘권 선배’라고 호칭한 부분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대로 권 후보 캠프에서 홍 후보의 과거 TK(대구·경북) 중시 발언과 돌발 행동들을 모아 비꼬는 만평도 자극적이다. 선거 초반 관심을 끌었던 권 후보와 이 후보의 야권단일화 논의 역시 장기화하면서 신선도가 크게 떨어졌다.
홍 후보는 4선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를, 권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에 야당 대표를 지낸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런 이력에 걸맞게 움직임도 진중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말’로 먹고살 수 있지만 단체장은 다르다. 지킬 수 있는 공약과 정제된 언행으로 도민들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홍 후보는 도지사 직을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또 권 후보는 당선 이후 특정 정당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필요가 있다. 약속을 어기고 중도사임한 도지사들로 인해 두 번째 보궐선거를 치르는 경남도민들이 다시 ‘배반의 역사’를 맞아서야 되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