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청 말단 공무원이 3년간 공금 75억 원을 빼돌려 사채놀이를 한 사건으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수법이 워낙 기상천외한 데다 적발 시에 대비한 은닉 수법도 치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씨가 이번 범행 전인 2002년부터 3년여 동안에도 시청 회계과에서 근무했던 것을 확인하고 수사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씨의 공금 횡령액이 1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시청 회계과 8급 김모 씨(47·구속)가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3년간 공금 75억 원을 횡령한 수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직원들의 근로소득세 일부를 자신의 가상계좌로 빼돌리는 것이다.
둘째는 여수시가 발행한 상품권을 소지한 상인들에게 지급하는 환급액을 부풀리고, 셋째는 퇴직한 직원이나 다른 자치단체로 전출 간 직원들의 급여를 허위로 신청해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했다.
김 씨는 상급자 결재를 받기 위해 공문서나 전산자료를 위변조했다. 김 씨는 뛰어난 전산 실력으로 공문서나 전산자료를 마음대로 바꿨다. 일부 공문서는 폐기했다. 허술한 재정관리시스템도 김 씨의 범행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여수시는 서류 위변조 등을 막기 위해 e-호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호조 시스템은 공무원이 작성한 예산지급명령서 등 지출과정이 모두 전산 처리된다. 그러나 김 씨가 담당했던 업무에는 e-호조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 여수시 관계자는 “김 씨가 수작업으로 해도 충분하다며 e-호조 시스템 도입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금 75억 원을 수십 개 계좌를 통해 빼돌렸다. 그는 부인(40)의 계모임 보증을 서주고 이 때문에 빌린 사채를 갚기 위해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씨가 사채놀이에 빼돌린 공금을 투자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씨가 빼돌린 공금을 치밀하게 은닉해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빼돌린 돈을 지난해 전북 김제 인터넷 불법도박 업자처럼 마늘밭에 묻어놓았다면 차라리 회수가 쉬웠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범행에 공범이 있는지와 부실감사 의혹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계좌를 복잡하게 운영해 사건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정확한 횡령 수법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검찰은 29일 김 씨를 횡령 등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 진행 상황을 밝힐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