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허위 입사지원서 1900장 121곳에 낸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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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사진-주민번호 이용… “스펙 따른 차별 연구목적”
경찰, 참고인 신분 조사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가 기업 신입사원 공채 전형에 허위 입사지원서를 무더기로 제출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대자동차그룹 5개 계열사를 비롯해 한화와 이랜드 등 121개 기업에 1900여 장의 허위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김모 부교수(43)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부교수는 대기업 서류전형에서 스펙에 따른 차별을 조사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교 지인들의 사진에 임의로 만든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해 이력서를 만들었다. 또 이름과 출신 학교, 남녀 성별을 조합해 각기 다른 16장의 이력서를 만든 뒤 이를 121개 기업에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원서를 낸 기업은 모두 인터넷 지원이 가능하면서도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확인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입사지원서를 검토하던 현대자동차 인사팀 직원이 엇비슷한 인물의 사진이 여러 장 등장하자 이를 수상히 여기면서 들통 났다. 현대차그룹은 입사 부정에 대비해 비슷한 시기에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등 5개 계열사의 입사지원자 3만6000여 명의 입사지원서류를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허위 입사지원서가 접수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부교수는 경찰에서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업무 방해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았지만 (연구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김 부교수를 조사했다”며 “목적 자체가 처벌성이 떨어지지만 학생들도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허위 입사지원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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