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산업단지, 녹색 옷으로 갈아입다

  • 동아일보

■ 변신중인 국가산업단지

알록달록… 소곤소곤… 지난해 10월 아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제2회 산업단지 꾸밈의 날 행사’ 모습(왼쪽 사진)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햇님어린이집의 모습.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알록달록… 소곤소곤… 지난해 10월 아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제2회 산업단지 꾸밈의 날 행사’ 모습(왼쪽 사진)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햇님어린이집의 모습.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오늘 연습 날이네요. 연습곡은 뭘 하는지?’

‘플루트 레슨 일정이 언제쯤 잡힐까요?’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단지 근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서울디지털밸리 오케스트라’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2005년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이번 주 토요일인 27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제6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 청년·여성근로자 잡기 위해

‘매력적인 일터’를 마련하지 못하면 젊은 근로자와 여성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국가산업단지들이 문화공간과 복지시설 확충에 팔을 걷고 나섰다. 여기에는 서울디지털밸리 오케스트라처럼 자발적인 문화 동호회를 육성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연계해 올해 8개 국가산업단지에서 합창, 통기타, 아카펠라, 밴드 등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측은 “생산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과거 국가산업단지가 청년 인력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이는 곧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입주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참여·체험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수요조사 결과 기타, 색소폰 같은 악기 연주 외에 ‘마술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 관련 강좌를 마련하기도 했다.

여성 근로자를 위해 4개 산업단지에는 올해 공립 어린이집 5곳을 짓기로 했다. 내년에 개원할 예정인 반월산업단지 어린이집은 주부 근로자들이 야간에 일할 때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아예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만 1∼5세 어린이 100명을 맡을 수 있는 시설이다. 김경수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앞으로 ‘산업단지 어린이집 협의회’(가칭)를 설립해 체계적인 보육 지원사업을 펴겠다”고 말했다.

주거지역과 떨어져 있고 주차장이 좁은 군산, 시화산업단지는 6월부터 근로자를 위한 통근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공장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해 회색빛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드는 환경개선사업도 활발하다.

○ 막대한 온실가스 줄이기 위해

산업단지 내 녹지를 늘리고 폐기물, 부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생태산업단지 조성도 최근 국내 산업단지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한 축이다. 산업단지공단은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과 공장 지붕이나 옥상, 주차장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단지 선루프 벨트 구축사업’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이와 관련해 올해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5억9900만 t 중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양이 1억4000만 t”이라며 “신재생에너지·녹색교통 활용을 통해 산업단지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이 개발한 산업단지에도 편의시설이 충분히 들어설 수 있게 규제가 바뀌면서 입주 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운영하는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은 23일 ‘3분기 기업현장애로 개선성과’를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민간개발 산업단지의 지원시설용지 규모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간개발 산업단지 내에서는 식당 매점 은행 병원 등 지원시설 용지 규모가 전체 면적의 3% 이내로 제한돼 도심 외곽의 공단들이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국가산업단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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