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다도해 무법자 멧돼지 좀 말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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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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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훼손 농민피해 늘어… 인근 섬 헤엄쳐 옮기며 횡포
방목 염소도 골칫거리로

멧돼지들이 금오도 여천마을 고구마 밭을 마구 파헤쳐 흙이 드러났다. 여수시 제공
멧돼지들이 금오도 여천마을 고구마 밭을 마구 파헤쳐 흙이 드러났다. 여수시 제공
남해 청정 다도해 섬 지역에 염소와 멧돼지가 빠르게 늘면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20일 오후 8시 반경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 주민 A 씨(69)가 자신이 키우는 사냥개와 함께 고구마 밭 순찰을 나섰다. 최근 불청객 멧돼지가 고구마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중간 크기의 멧돼지 한 마리가 고구마 밭에 나타났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쫓아가 혈투를 벌였다. 혈투가 계속되면서 사냥개가 멧돼지보다 더 많이 다쳤다. A 씨는 사냥개를 구하려고 몽둥이를 휘두르다 작은 부상을 입었다. 여수 해양경찰서는 50t급 경비정을 투입해 부상한 A 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개도는 여수시내에서 40km 정도 떨어진 주민 90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에서 25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다. 개도에는 몇 년 전부터 멧돼지가 출현해 밭작물을 먹어치우고 있다. 화정면 면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시 금오도 주민들도 멧돼지 습격에 고구마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금오도 8개 마을에서 멧돼지 피해를 봤다. 금오도 여천마을 김경주 이장은 “고구마 밭 2310m²(약 700평) 가운데 절반 이상이 멧돼지 습격으로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지난해 금오도 멧돼지를 잡기 위해 포수를 투입했으나 포획에 실패했다. 금오도 주민들은 “산에 숲이 울창한 데다 수영을 잘하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인근 섬들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육지 멧돼지보다 잡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멧돼지 못지않게 섬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게 염소다. 완도 약산도와 신안 우이도 등에는 염소가 급격히 늘어 수년 전부터 포획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렵 전문가들은 “무인도에 방목된 염소는 겨울철 각종 보호식물을 마구 먹어치워 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염소 포획사업이 최근에는 중단 또는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해상사무소는 2007년부터 포획사업을 벌여 염소 1300마리를 포획했다고 밝혔다. 다도해해상사무소는 올해도 금오도에서 주민들이 방목한 염소 7마리를 포획해 방목금지 서약서를 받고 돌려줬다. 다도해해상사무소가 관리하는 섬은 360개이며 나머지 섬은 국립공원이 아니다. 다도해해상사무소 관계자는 “방목 염소의 경우 지속적으로 포획사업을 벌인 만큼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다도해#멧돼지#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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