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범죄현장 마지막을 지키는 남자… 광주경찰청 이재우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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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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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과학수사 분야 대상

올 2월 광주 광산구 한 공원에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 뒷자리에서 A 씨(29)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A 씨 머리에 타박상이 있지만 타살로 단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광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CSI)계 이재우 경위(46·사진)는 꼬박 이틀간 차량을 정밀 감식했다. 차량을 사실상 분해하자 차체 밑 땅바닥에 시너 통이 있었다는 타살 증거가 나왔다. 차량이 불에 타면 타이어가 주저앉기 때문에 통째로 차를 분해하기 전에는 찾기 힘든 증거였다. 경찰은 시너 통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A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 A 씨의 직장 선배 변모 씨(32)를 검거했다. 이틀에 걸친 경찰의 집요한 감식이 자칫 묻힐 뻔했던 20대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 경위는 전국 과학수사 경찰관 1300명 중 가장 오래 현장을 누빈 경찰관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고의 과학수사 경찰관으로 평가돼 다음 달 제8회 과학수사대상을 받고 경감으로 특진한다. 과학수사대상은 경찰관, 법의학·법과학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국내 최고의 상이다.

과학수사 명인이 된 이 경위는 199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첫 근무지인 전남 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에서 파출소장이 맨손으로 시신을 검안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꼼꼼하고 세심한 그의 성격을 눈여겨본 선배 경찰관의 추천으로 1992년부터 감식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으로 범인이 검거되자 감식에 더욱 흥미를 느끼며 늘 노력했다. 이후 20년 동안 살인, 강도, 강간 등 각종 범죄현장 2000여 곳을 감식했다. 용의자 몽타주 310장을 작성했다. 그동안 제공한 감식 정보와 몽타주로 범죄의 60% 이상이 해결됐다.

이 경위는 “그동안 본 시신이 800여 구나 되지만 부패한 시신에서 풍기는 냄새는 여전히 견디기 힘들다”며 “직업 스트레스를 이기는 비법은 고의적 망각”이라고 말했다. 감식을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 잊어버려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감식은 범죄 희생자의 원통함을 달래주는 단서를 찾아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지방경찰청#CSI#이재우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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