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혼수 손수 만들며 우리사랑 ‘한땀한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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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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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지원 예비부부 프로그램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창작아케이드 체험공방에서 예비부부 김준상 씨(왼쪽)와 정지혜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수진 디자이너의 지도에 따라 황동 판을 톱으로 잘라가며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창작아케이드 체험공방에서 예비부부 김준상 씨(왼쪽)와 정지혜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수진 디자이너의 지도에 따라 황동 판을 톱으로 잘라가며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내년 여름 결혼하는 김준상 씨(28)와 정지혜 씨(28·여)는 고민 끝에 남들 다 하는 예물, 예단 대신 꼭 필요한 살림만 마련하고 최대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기로 했다. 의례적으로 2000만∼3000만 원씩 하는 예단을 하지 않는 대신 나중에 전셋집을 구할 때를 대비해 이 돈을 저축하기로 했다. 또 신혼살림은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기보다 신랑 부모님 댁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절약은 됐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 두 사람은 돈을 쓰는 대신 둘만의 의미가 담긴 신혼 물건을 마련하기로 하고 1일부터 토요일마다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울 중구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찾고 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쓸 수 있는 베개나 앞치마 같은 소소한 살림살이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혼수의 재발견’이다.

○ 진정한 혼수의 의미를 배운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입주작가 창작지원 사업으로 예비 신혼 부부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선정해 이달부터 수업을 열고 있다. 10쌍을 모집해 1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인테리어 소품, 은점토 반지, 테이블 램프, 베개, 앞치마 등을 직접 만든다. ‘추억, 대화, 바람’을 주제로 예비부부가 함께 8주 동안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며 직접 쓸 물건을 만든다.

15일 수업에서 정 씨는 예비신랑에게 선물할 앞치마를 디자인했다. 예비신랑의 통통한 몸매를 가려주고 날씬하게 보이는 디자인이다. 정 씨는 “내가 만든 앞치마를 입고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함께 신혼 물건을 만들다 보니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늘고 함께 지내온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도 꿈꾸게 돼 아주 즐겁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권태훈 씨(38·디자이너)와 박혜경 씨(31·여·디자이너)도 올해 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다. 권 씨는 “단순히 결혼살림을 구입하고 예물, 예단을 준비하는 게 진정한 혼수의 의미는 아니다”라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몸소 겪고 혼수의 의미를 느끼도록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부행복연구소에서는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부부학교를 열어 상담 및 강연을 하고 있다. 기관, 단체 위주로 신청할 수 있지만 비정기적으로 개인 대상 무료 강연도 한다. 02-2694-1999

○ 중고 살림살이도 OK

이처럼 최근에는 비싼 예물이나 예단 대신 실속 있는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젊은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결혼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 ‘결혼준비 대백과’(www.wef.co.kr) 같은 곳이 대표적인 사이트이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선모 씨(32)는 “혼수로 남이 쓰던 물건을 쓰는 게 찝찝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양가 부모님, 신부와 상의한 끝에 실속 있게 신혼살림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 씨는 백화점에 가면 100만 원 가까이 줘야 하는 3인용 패브릭 소파를 재활용할인마트에서 16만 원을 주고 샀다. 중고 2인용 식탁은 10만 원에 샀다. 소파와 식탁만으로도 100만 원 이상 절약한 셈. 선 씨는 “남의 이목 때문에 쓸모없이 수천만 원씩 쓰는 것보다는 그 돈을 아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고가구·가전 구입을 원하는 이들은 서울 시내 자치구 16개 재활용센터가 연합해 만든 ‘재활용센터연합’(zungo.co.kr)을 찾아 원하는 제품을 볼 수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혼수#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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