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에 1640만원… 영어마을 빌려 SAT 불법과외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교육당국, 경찰에 고발

8주 합숙 교육에 1640만 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대비한다는 합숙캠프가 받은 교습비다. 지금까지 교육당국에 적발된 수강료 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하루 30만 원인 셈인데도 캠프에 참가한 학생은 113명이나 된다. 대부분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SAT를 준비하려고 잠시 귀국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A어학원이 6월 중순부터 경기도의 B영어마을에 마련한 합숙소에 들어갔다. 주중엔 아침 일찍 시험을 치른 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읽기 쓰기 수학 수업을 받고, 밤 12시 이후까지 자습하는 일정. 주말에는 에세이와 비교과 강의가 이어졌다. A어학원은 지난해에도 8주간 1540만 원짜리 SAT 합숙캠프를 열었다. 그때도 지원자가 넘쳤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A어학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강남 일대 어학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름방학 때 SAT 강의를 늘렸다. 수강생은 해마다 크게 늘었다. 학원이 거의 없는 미국과 달리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족집게 강의를 하면서 두세 달 만에 점수를 몇백 점씩 끌어올린 결과다.

수강생은 대부분 조기유학에 올랐거나, 부모와 함께 이민을 떠난 학생들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니 수강료가 비쌀수록 지원자가 오히려 몰렸다.

학부모 정모 씨(52·여)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지난해와 올해 여름방학에 한국으로 불러 SAT 사교육을 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합숙한 뒤 SAT 만점 받았다는 아이들이 꽤 있다. 아이비리그에 가려면 방학 때 미국에서 놀면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되니까 비싸더라도 독한 곳이 인기다.”

이번에 적발된 A어학원 이외에도 강남에는 4주에 500만 원 안팎의 SAT 특강을 개설한 곳이 많다. 일부 어학원은 수준 높은 학생만 받겠다며 지원자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탈락하는 학생은 없다. 수준별로 강좌를 나누는 식으로 모든 학생을 합격시킨다.

최근에는 아이비리그 재학생을 컨설턴트 또는 멘토 명목으로 배치해 수강료를 높이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우후죽순으로 만든 영어마을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고액 캠프에 시설을 빌려주는 식으로 고액 SAT 학원의 불법 교습을 도와주고 있다.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강남의 C학원은 4주에 690만 원을 받았다가 적발됐지만 기소유예에 그쳤다. 학원 단속에 따른 행정처분은 경고, 교습정지, 등록말소, 고발로 나뉘지만 모두 솜방망이 수준이다. 등록이 말소되면 다른 사람 명의로 학원을 다시 여는 식으로 계속 영업을 한다. 고발을 당해도 기껏해야 벌금형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SAT#사교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