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낙과에 태풍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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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농가 돕자” SNS-포털 팔아주기 운동 뜨거워
거창 사과 농부 글 올리자 4시간 만에 500상자 매진… “억장 무너졌는데… 큰 위로”
서울시 보름간 낙과장터 열어

(ID 피오나 공주)“낙과 15kg 주문했어요. 우리 집 과일 귀신들 실컷 먹으라고 ^^.”

(ID 비와 당신)“공주님, 어디서 주문했어요? 저도 주문하려고요.”

(ID 피오나 공주)“아는 분께 주문했는데 이제 주문이 끝났대요.”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을 돕는 손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명 ‘낙과(落果) 사기’ 운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는 ‘낙과를 사고 싶은데 피해 농가를 알려 달라’, ‘낙과를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자’ 등의 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경남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김훈규 씨(50)는 지난달 29일 낙과 피해를 본 주변 농가들과 함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태풍 낙과 피해 농민들을 도와주세요’라며 낙과 판매 글을 올렸다. 그러자 불과 4시간 사이 준비한 물량 500박스가 모두 팔렸다. 김 씨는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판 뒤에도 수백 통의 주문전화가 밀려왔다. 더는 팔 물건이 없다고 하니 시민들이 ‘그래도 다행이다. 힘내시라’고 말했다”며 “바닥에 뒹구는 사과를 봤을 때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시민들의 관심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낙과 판매 글을 보고 사과 2박스를 구입한 정재민 씨(45)는 “농민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샀지만 포장만 되지 않았을 뿐 맛도 좋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아예 “사과 20kg 100박스, 배 20kg 50박스 정도 구입을 원합니다. 수량이 안 돼도 좋습니다”라며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 놓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낙과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했다.

농림부 관계자 1만7000여 명은 농가 일손 돕기에 나섰고 서울시가 1일부터 15일 동안 서울시내 전통시장 10곳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낙과 판매에 나서는 등 각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하다.

피해 농가를 찾아가 쓰러진 과실나무를 세우거나 낙과를 줍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성균관대 학생 20여 명은 지난달 30일 충북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의 한 과수 농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학교 글로벌경영학과 송승현 씨(22)는 “농민들 피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을 이장 한상두 씨(44)는 “수확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절반 이상의 사과가 강풍에 떨어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과일은 떨어졌지만 우리 사회의 따뜻한 마음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낙과 사기 운동#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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