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찰차에 웬 리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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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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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으로 폐지수집 50대. 길 잘못들어 국도로 올라와
울주경찰서 소속 경찰이 발견… 25km 떨어진 집까지 바래다줘

울산 울주경찰서 소속 엄상열 경사와 김정곤 순경이 몸이 불편한 이모 씨의 리어카를 순찰차에 묶어 경북 경주의 집까지 바래다줘 미담이 되고 있다. 울주경찰서 제공
울산 울주경찰서 소속 엄상열 경사와 김정곤 순경이 몸이 불편한 이모 씨의 리어카를 순찰차에 묶어 경북 경주의 집까지 바래다줘 미담이 되고 있다. 울주경찰서 제공
“어? 경찰차가 왜 리어카를 매달고 가지?”

16일 오전 울산∼경주 국도를 달리던 운전자들은 낯선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경찰차가 뒤에 리어카를 매달고 끌고 가고 있었던 것.

울산 울주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 엄상열 경사(45)와 김정곤 순경(32)은 이날 순찰 중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데다 과속 차량이 많아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즉시 순찰차를 돌려 리어카를 갓길로 유도했다.

리어카를 끈 사람은 경북 경주에 사는 이모 씨(50). 중풍으로 팔과 다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와 고철을 주우려고 전날 밤 집을 출발해 울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던 중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을 잃고 언양까지 오게 된 것. 해가 뜬 이후에도 낯선 곳이라 방향감각을 잃었다. 자신의 집으로 가려 했으나 사실은 정반대 방향인 울산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견 당시 이 씨의 리어카에는 폐지와 고철이 실려 있었다. 엄 경사는 이 씨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집으로 전화부터 했다. 이어 이 씨는 순찰차에 태웠으나 리어카를 처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차에 매달고 25km 떨어진 이 씨 집까지 옮겨준 것이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무리 경찰이라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기 쉬운 세상인데 이런 경찰관들이 있어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찬사를 보냈다. 엄 경사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칭찬을 받으니 쑥스럽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울주경찰서#경찰 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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