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으로 폐지수집 50대. 길 잘못들어 국도로 올라와
울주경찰서 소속 경찰이 발견… 25km 떨어진 집까지 바래다줘
“어? 경찰차가 왜 리어카를 매달고 가지?”
16일 오전 울산∼경주 국도를 달리던 운전자들은 낯선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경찰차가 뒤에 리어카를 매달고 끌고 가고 있었던 것.
울산 울주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 엄상열 경사(45)와 김정곤 순경(32)은 이날 순찰 중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데다 과속 차량이 많아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즉시 순찰차를 돌려 리어카를 갓길로 유도했다.
리어카를 끈 사람은 경북 경주에 사는 이모 씨(50). 중풍으로 팔과 다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와 고철을 주우려고 전날 밤 집을 출발해 울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던 중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을 잃고 언양까지 오게 된 것. 해가 뜬 이후에도 낯선 곳이라 방향감각을 잃었다. 자신의 집으로 가려 했으나 사실은 정반대 방향인 울산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견 당시 이 씨의 리어카에는 폐지와 고철이 실려 있었다. 엄 경사는 이 씨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집으로 전화부터 했다. 이어 이 씨는 순찰차에 태웠으나 리어카를 처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차에 매달고 25km 떨어진 이 씨 집까지 옮겨준 것이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무리 경찰이라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기 쉬운 세상인데 이런 경찰관들이 있어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찬사를 보냈다. 엄 경사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칭찬을 받으니 쑥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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