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쓴소리엔 나몰라라… 대구시 비뚤어진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이권효 ㄱ
이권효 ㄱ
“좋은 일도 아닌데 일일이 해명하기도 그렇고….”

대구시의 한 간부는 20일 “공약 추진에는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 등급을 매겨 발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대표 강지원)가 최근 광역단체의 민선5기 공약 실천 과정을 평가한 결과 대구시가 최하위 등급(C)을 받은 데 따른 반응이다.

이 단체는 90여 명의 평가단을 구성해 각 지자체 공약을 목표 달성, 공약 이행, 주민 소통 등 5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대체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어 지자체들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지자체의 공약 추진을 서열화해 망신을 주려는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주민과의 약속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돌아보면서 부족하거나 소홀했던 점, 보완할 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약(藥)이다. 대구시의 경우 등급은 낮지만 정상 추진 공약은 75%로 낮지 않은 편이다. 현재 완료된 공약이 6%로 낮았지만 추진 중인 공약을 얼마든지 잘 마무리할 수도 있다.

공약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주민들이 그 내용을 알고 협력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평가 기준에 ‘주민 소통’이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이번 평가에 대해 아무 말이 없고 그 흔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최고 등급(SA)을 받은 경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약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렸다. 이런 자세 때문인지 경북도는 주민 소통 분야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평소 “시민과 언론에 대한 소통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강조해왔다. 시정(市政)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시민들의 관심과 협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 대구시의 소통 강조는 ‘빈말’이 아닌가 싶다. 평가에 대해 속으로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약을 점검하고 더 잘 추진하려는 적극적인 설명과 노력이 바로 소통이다.

대구시는 지난해도 이 평가에서 하위권을 차지했는데 그 원인이 “좋은 일만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좁고 비뚤어진 소통 자세에서 비롯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더 큰 대구’ ‘될 때까지 악착같이’라는 대구시의 정책 슬로건은 좋은 일, 궂은 일 가리지 않고 투명하게 시민들과 공유해야 하나씩 이뤄지지 않을까.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동서남북#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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