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폭력-성추행도 모자라… 아이도 맘대로 못갖는 女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3일 03시 00분


■ ‘女전공의 저출산 대책’ 9월 8일 공개토론

여자 전공의들이 병원 내에서 폭력과 성추행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문제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여자 전공의들을 상대로 계속되는 병원 악습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공개토론회를 다음 달 8일 열기로 했다.

▶본보 4일자 A10면
“야, 내 술 왜 안받아” 전문의가 女전공의 치마 찢고 모욕


이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의료계와 과학계, 여성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김상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가 여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실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여자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별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그는 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한 제도가 의료계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은 임산부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 또는 휴일에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한 전공의에게는 유명무실하다.

근로기준법에는 아이를 낳기 전후로 90일 동안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규정 또한 국내 병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여의사회가 지난해 10∼12월 회원 19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7.7%)은 출산휴가가 2개월 미만이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아이를 낳지 말 것을 은근히 강요받기도 했다. 같은 조사에서 26%가 “직장 내에서 일정 기간 출산하지 말 것을 권고받았다”고 응답했다.

발표될 연구결과에서는 여자 전공의들이 임신, 출산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대체의사가 고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악습이 나타난다고 분석됐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신한 여자 전공의를 대체하는 의사에 대해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육아 문제 또는 병원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의료계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들을 먼저 국공립 병원에서 대체인력으로 시범 고용해본 뒤 보완해 제도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김 교수가 여성 전공의들을 만나 심층면접을 실시한 뒤 전공의협의회, 병원협회, 여자의사회 관계자들과 토론해 만들었다. 개선안은 다음 달 토론회를 마치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여자 전공의를 포함해 전반적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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