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은 자산가-은퇴자 주택대출 쉬워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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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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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I 규제완화 어떻게

“내수 살리자” 민관 40여명, 9시간 45분 마라톤 회의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 민간의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0시 45분까지 9시간 45분 동안 열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내수 살리자” 민관 40여명, 9시간 45분 마라톤 회의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 민간의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0시 45분까지 9시간 45분 동안 열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장 고심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여부다. 일각에서는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되살리려면 DTI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칫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와 국토해양부는 최근 DTI 대폭 완화를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청와대도 재정부와 금융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내외신 언론 인터뷰에서 “DTI를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는 제자리에 있고 가계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 푼다”며 DTI 유지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랬던 청와대가 한 달여 만에 DTI를 일부 보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부동산시장 침체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22일 브리핑에서 “DTI 규제와 관련해 기본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조금 완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비율을 낮추진 않되 소득 위주로 경직되게 운영되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들과 민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할 때 DTI 보완의 방향은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하면서 가계부채 위험은 최소화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현재 911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 서울 50%, 여타 수도권 60%인 DTI의 기본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연소득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서울은 2500만 원(소득 대비 50%),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3000만 원(소득 대비 60%)을 넘지 못하게 대출 규모가 계속 제한되는 것이다.

그 대신 젊은 직장인이나 자산이 많은 은퇴자 등 ‘능력 있는 실수요자’들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득은 적지만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젊은 직장인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주택 구매 의욕을 북돋우자는 것이다.

또 현재 소득은 없지만 예금이나 부동산 자산이 많은 은퇴자도 돈을 좀 더 쉽게 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DTI 산정방식은 현재의 소득만 기준이 되므로 소득이 없다면 재산이 많아도 돈을 많이 빌리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분양아파트 입주 예정자나 기존 담보대출 승계자 등 실수요자와 소규모 원룸사업 등에 나서는 임대사업자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역시 DTI의 기본틀이 유지된다면 가계부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아주 제한적으로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큰 부담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DTI 일부 보완으로 현재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부동산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소득을 기준으로 DTI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상환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좀 더 완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에는 미흡하며 취득세 감면 같은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DTI 일부 완화 방침에 대해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앞장서 권유하는 정책”이라며 “가계부채만 최악으로 몰아가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일을 더는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주택대출#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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