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로 전환한 뒤 최상위권 학생이 더 적다. 중상위권 대학은 많이 가겠지만 사람들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실적만 쳐줄 테니 걱정이 크다.”
“대학이 자율고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인데 첫 학생들이라 예측 불가능하다. 불안하다.”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율고)에 비상이 걸렸다. 교장과 교사들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학입시의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 2010년부터 자율고로 바뀐 뒤 첫 입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정부 역시 ‘MB 교육’의 성패에 대한 평가가 걸려 있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 합숙하면서 수시에 올인
전국 자율고는 50곳. 이 중에서 2010년부터 일반고에서 자율고로 바뀐 20곳은 어떻게 하면 진학실적을 높일지 고심하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수시모집부터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
본보 취재진이 전국 20개 자율고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이 수시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서울 신일고는 28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최상위권 30명이 수시 대비 합숙을 시작한다. 교내 생활관에서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1시까지 공부한다. 신병철 교감은 “내신 경쟁 때문에 수시 일반전형보다 논술을 기준으로 우선 선발되는 전형을 노리고 있다. 물론 수능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대학별 고사와 자기소개서도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배재고는 상위권 학생 20명씩으로 구성된 특별반을 3개 운영한다. 지원 학교별로 맟춤형 지도를 하는 점이 특징. 예를 들어 개인별 전략을 세워주는 진학전략팀(교사 6명)과 영역별 논술을 지도할 통합논술팀(교사 12명)을 꾸렸다.
광주 송원고 박현수 교장은 “1학년 때 쓴 자기소개서를 지금까지 다듬어 왔는데 이번 방학에는 세세한 내용을 일대일로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천고도 논술면접 대비반을 개설했다.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이공계에 집중 전략을 세운 학교도 있다. 문과는 외국어고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과학고 학생 수는 부족하다. 신일고는 주말마다 외부 강사를 불러 과학논술을 가르친다. 경희고는 수학과학영재학급을 만들었다. 같은 재단인 경희대의 한의대 학생들이 도움말을 주기도 한다.
○ MB 교육 심판할 진학 실적?
현 정부는 자율고를 최대 100개까지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등록금이 일반고보다 3배 정도 비싸고 선발 과정에 자율성이 적어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 첫 입시의 실적이 자율고의 앞길을 좌우한다는 데 정부나 학교 관계자 모두 공감한다.
신일고 신병철 교감은 “자율고는 현 정부의 공약이었기에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중압감이 심해서 잠도 잘 안 온다”고 말했다.
학생 유치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서울 강북지역 학교에서도 비슷한 반응. 경희고 변봉걸 진학부장은 “강남과 달리 강북지역 자율고들은 올해 입시 결과가 자율고로서의 생존이냐, 일반고로의 회귀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일부 자율고는 3년 연속 입학생이 미달됐다. 서울 숭문고 전흥배 진학지도부장은 “이번 입시에 자율고의 사활이 걸려 있다. 중학교 학부모들이 입시 결과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달 사태가 없었던 학교도 부담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학교들은 비평준화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은 내신 50% 이내, 다른 지역은 내신 30% 이내 지원자 중 추첨으로 입학생을 뽑았다. 서울 한대부고 김용만 교장은 “추첨으로 뽑은 아이들이라 평균적으로는 성적이 좋아도 최상위권이 적어 SKY 합격자가 몇 명 나올지 의문이다. 이번 입시 결과가 자율고 운명에 영향을 미칠 거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