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법률시장 개방+로스쿨 제도, 변호사 위기로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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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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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조용한 격변기 설문

법률시장의 ‘조용한 격변기’를 살고 있는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과 로스쿨 제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두 가지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이들의 의견은 제도의 성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 10명 중 6명은 “시장 25% 이상 잠식될 것”

적당한 일 속에서 경제적 여유를 누릴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로펌 변호사들은 엄청난 양의 일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의뢰인의 갑작스런 요구나 선배 변호사의 업무지시가 떨어지면 밤을 새는 일도 잦다. 야근 때 토막잠을 자기 위해 놓인 간이 침대가 이채롭다. 김경제 기ㅈkjk5873@donga.com
적당한 일 속에서 경제적 여유를 누릴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로펌 변호사들은 엄청난 양의 일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의뢰인의 갑작스런 요구나 선배 변호사의 업무지시가 떨어지면 밤을 새는 일도 잦다. 야근 때 토막잠을 자기 위해 놓인 간이 침대가 이채롭다. 김경제 기ㅈkjk5873@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향후 외국로펌이 국내 시장을 얼마나 잠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45%는 “25∼50%”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라는 대답도 17%에 이르렀다. 국내 변호사들이 법률시장 개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계 로펌의 국내 진출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기존에 외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자문을 담당했던 로펌들이 국내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이들 로펌이 한국에서 더 강화된 자문서비스를 내놓는다면 당장 고객을 유치해 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3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법률시장 중 70% 정도는 송무가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 자문을 제외한 송무 중심의 일반 개인 변호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국내 로펌의 대응에 따라서도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시장 진출에 국내 로펌과 변호사 업계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국내법 시장 전문화’와 ‘외국어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각각 32.1%와 31.2%를 차지해 응답자들이 이 둘을 가장 적합한 대응전략으로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 변호사 수 증가는 ‘위기’

상당수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와 그에 따른 변호사 수 확대를 뚜렷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100명 중 73명이 ‘변호사의 수준 하락과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위기’라고 답했다. ‘법률서비스 수준 향상과 해외 진출의 기회’라는 응답은 21명에 그쳤다.

설문조사 대상인 5년∼15년 차 변호사들이 모두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거친 전통적인 변호사라는 점에서 로스쿨에 부정적인 조사 결과는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송무를 주로 담당하는 대다수 변호사에게 변호사 수 증가는 법률시장 개방보다도 더 실질적인 문제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재훈 대표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전통적인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에 비해 송무 능력이 떨어지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법률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법조계 이외의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뛰어난 외국어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해외 자문 분야 등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 공급이 늘어난다고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변호사를 공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샤크(상어) 변호사가 늘어나거나 변칙적인 영업수단이 횡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변호사,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 법률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42.9%에 이르는 응답자가 ‘법률 서비스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문화’를 꼽았다. 서초동에서 개업 중인 한 변호사는 “한국인은 법률적인 다툼이 발생하고 난 후에야 뒤늦게 변호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자문하고 그에 따른다면 적은 비용으로 큰 문제를 막을 수 있을 텐데 그런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꼽은 ‘영세한 시장 규모’(22.9%)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개고기 시장 규모”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 소리는 유명하다. 3위는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인적 자원(21%)이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직업 안정성’(28%), ‘가족과의 시간’(25%), ‘휴식’(19%)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격무에 시달리는 오늘날 변호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응답이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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