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보던 조선족 아줌마가 강도전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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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추방된 뒤 신분증 위조해 재입국… 국적까지 취득
성폭행-살인 등 전과 세탁 조선족 130명 적발… 수사 확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주 육아도우미를 하던 중국동포 이모 씨(63·여). 맞벌이 주부 A 씨는 수더분한 인상에 성실한 그를 믿고 5년 가까이 한집에 살며 아이를 갓난아기 때부터 맡겨왔다. 그런 그가 끔찍한 강도 사건을 저지른 전과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2003년 10월 위자료를 받으려 남자 2명을 동원해 전 남편을 감금하고 폭행해 돈을 빼앗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강제퇴거(추방)됐다. 하지만 이 씨는 중국에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신분세탁’을 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2007년 1월 한국에 재입국했다. 한국 국적까지 얻은 그는 신분을 감추고 육아도우미로 일하다 최근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이흥락)는 24일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거나 불법체류하다 적발돼 추방된 후 신분을 세탁하고 국내에 재입국한 중국동포 130명을 적발해 이 중 11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4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실제 인적사항과 전혀 다른 이름과 생년월일로 새로 호구부를 등록하는 수법으로 신분을 세탁했다. 국내 주민등록에 해당하는 중국 호구부는 전산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브로커에게 400만∼500만 원만 주면 쉽게 새로운 신분으로 여권까지 발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성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자도 많아

한국인으로 귀화해 결혼생활을 하며 평범한 이웃으로 지내던 김모 씨(44)는 성폭행범이었다. 김 씨는 2003년 2월 불법체류 중에 술집 여종업원을 칼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처벌을 받고 추방됐다.

도주한 박모 씨(72)는 2004년 3월경 직장 동료와 다투다 흉기로 목과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행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곧바로 추방됐지만 1년도 안 돼 다른 신분으로 한국에 재입국했다.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진 ‘다중신분자’도 있었다. 2000년과 2004년 외국인등록증을 위조한 사실이 적발돼 두 차례 추방당한 신모 씨(61)는 1940년생 김모, 1947년생 신모, 1949년생 양모 등 3개의 신분증으로 출입국관리소를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밝힌 1951년생 신모라는 신분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2차 범죄도 우려

검찰 관계자는 “신분세탁은 행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전과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감시를 막아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외국인 범죄는 2002년 5221건에서 2010년 2만2543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 증가 비율을 압도하는 수치다.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오원춘 사건’에서 보듯 범행수법도 흉포화, 지능화되고 있다.

[채널A 영상] 조선족 특수강도 전과자가 강남서 ‘육아 도우미’?

○ ‘신분세탁’ 범죄자 1000명 이상 추정

검찰은 법무부 출입국 이민특수조사대와 공조해 2007년 1∼9월 입국해 귀화하거나 외국인등록을 마친 중국동포 9만4425명의 얼굴사진과 과거 강제퇴거 당시 작성된 사건부 얼굴사진의 윤곽, 이목구비 비율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벌여 114명이 신분세탁으로 한국에 재입국한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력범죄를 저질러 처벌받고 추방된 중국동포 800명을 대상으로 재입국 여부를 점검해 16명을 추가로 적발했다.

올해 1월부터 17세 이상의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입국 시 공항 및 항만에서 지문과 안면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안면 인식 시스템이 도입돼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검찰은 “분석 기간과 대상국을 확장하면 관련 범죄자가 1000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육아도우미#조선족#강도전과자#신분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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