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조심해라’… 복지부 공무원에 문자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의사 사이트, 전화번호 공개
복지부 과장 협박에 시달려 “의사들 집단행동” 수사 의뢰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이 받은 협박문자들. 박과장은 이 중 상당수가 포괄수가제에 불만을 가진 의사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했다.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이 받은 협박문자들. 박과장은 이 중 상당수가 포괄수가제에 불만을 가진 의사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했다.
포괄수가제를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주무과장이 무차별 문자메시지 공격을 받고 있다며 2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최근 1주일간 욕설과 협박이 담긴 135건의 문자와 전화가 왔는데 정도가 지나쳐 21일 서울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통신 수사를 통해 누가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이 공개한 문자에는 ‘너는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거 같지? 두고 보자 쥐도 새도 모르게’ ‘포괄수가제 제1의 희생자가 당신의 자녀가 되길 희망합니다’, ‘밤길 조심해라 조만간 뒤통수 보러 간다’ ‘자식 잘 챙겨라 인간의 운명은 어찌될지 모른데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과장은 “일방적인 비난과 협박문자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정상적인 토론이라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도를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과장은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술 거부 카드를 꺼낸 것은 의사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박 과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됐다. 박 과장은 “문자 공격이 그 직후에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협박 문자를 전송한 사람 대부분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의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공식적인) 의협사이트 이외의 사이트까지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다. (협박 문자를 보내라고) 의협은 전혀 지시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논의된 일도 없다”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문자를 보낸 사람이 의사인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없으며 그럴 의향도 없다”고 덧붙였다.

송 대변인은 이에 앞서 20일 “박 과장의 의협 집행부 사퇴 발언은 망언이다. 박 과장의 발언은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냐”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라디오에 출연한 것은 복지부를 대표해 나간 것이지만, 집행부 사태 부분은 박 과장의 개인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직원들이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글에 악의성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된 게시판에는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사의 글 밑에 “의협님들아 제발 이런 입 걸레 같은 쓰레기 같은 놈들 말고”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의협은 이날 “건보공단 직원들이 일반 국민인 것처럼 가장해 여론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의 공격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공단 직원이 댓글들을 작성했다고 뒤늦게 시인하고 “국민이 잘못된 지식을 갖지 않도록 홍보하려다 과도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채널A 영상] “XX 밤 길 조심해라 뒤통수 보러 간다” 협박문자 쏟아져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복지무#포괄수가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