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이채필 고용장관 “사내대학 만드는 기업에 정부예산 지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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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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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근로자가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사내(社內) 대학을 만드는 기업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관행적으로 노동조합 임원만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에 비(非)노조 출신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청년실업 문제는 결국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과 연관이 있다”며 “가령 ‘삼성대학’ 같은 기업 대학이 많이 만들어지면 학생들이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 조직률이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무조건 노조가 ‘근로자 대표’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관행적으로 노조 간부가 노사협의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정한 근로자 대표가 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협의회는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의무 설치해야 하는 조직으로 단체협상의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 회사의 성과배분 등은 논의해 결정할 수 있는 기구다. 고용부 관계자는 “분기별로 개최하는 노사협의회가 사실상 노사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많았다”며 “명실상부하게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사협의회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이 문제는 대학진학률과 연관된다. 국내 대학진학률이 낮아지긴 했어도 아직 72%다. 산업현장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어서 실업자를 양산하는 셈이다. 고용이 견고한 독일은 진학률이 40%대에 그친다. 학위를 주지 않더라도 기업이 필요한 교육을 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학위를 주지 않는 대학에 누가 가겠나.

“만약 ‘삼성대학’ ‘현대대학’이 생겨 일하면서 다닐 수 있다면 그때도 학생들이 기를 쓰고 일반 대학에 들어갈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학의 기회비용이 4년간 1억 원은 될 것이다. 국내 100대 기업이 하나씩만 사내 대학을 만들어도 꼭 필요한 대학 100개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사내 대학을 만드는 기업을 고용부가 적극 지원하겠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 장관의 사내 대학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기존 기업 직원들에게 지원되는 직업훈련비 예산을 사내 대학 건립 등에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학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인력수급 전망에 맞춰 정원을 줄여야 한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부가 따로 국가 인력 전망을 내놨지만 이제 고용부로 통일됐다. 전공별 정원까지 고려해 전망을 내겠다. 최근 반값등록금이 이슈지만 정부 재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거나 취업예정 등의 형태로 기업 지원을 받아 부담을 낮춰야 한다.”

고용부 내 대표적인 노사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이 장관은 노조의 정치참여 문제 및 노조 조직률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법은….

“현재 노사가 모여 경영성과를 설명하고 작업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는 노사협의체는 사실상 노조가 노사협의체 근로자 위원이 된다. 노조조직률이 10%도 되지 않고 복수노조가 이미 시행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무조건 근로자 대표를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 참가하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

한국노총은 이날 이 장관의 취임 1주년에 대해 “최근 1년은 노사관계 파탄의 시기”라고 맹비난했다.

―최근 노총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어느 노총은 현직 위원장이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을 겸직했다(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겸직을 의미). 그 노총은 정당 하부기관으로 통합됐다. 노조는 헌법상 노동3권에 의해 구성되는 ‘헌법기구’다. 그런 헌법기구가 특정 정당에 예속되는 것은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겠다는 뜻인지….

“만약 계속해서 현직 위원장 등이 정당과 일체화된다면 정부 당국자로서 제재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국내의 뿌리 깊은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할 방법은 없나.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탄력적 근로시간의 도입이다. 법정근로시간을 두고 물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도 도입됐지만 노사 모두 외면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근로시간을 지난해 2116시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92시간까지 줄이면 고용률이 7.2%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식장으로 향했다. 1년간 현장에서 만났던 기업인과 노조임원, 교사와 학생 등 45명을 초청해 다시 한 번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많다”며 “‘우문현답’이 우리의 갈 길”이라고 말했다. 우문현답이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 이 장관이 만들어 애용하는 말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채필#고용노동부 장관#사내대학#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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