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버스 추락… 또, 교사가 “안전벨트” 외쳐 참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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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 내리막길서 중학생 탄 버스 10여m 굴러
사망자 없이 40명 중경상

18일 오전 11시 47분경 강원 양구군 해안면 이현리 을지전망대 아래 3km 지점의 내리막길을 달리던 대전 모 중학교 수학여행단 버스 안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내리막에서 갑자기 속도가 붙자 이상하게 생각한 담임 안난아 교사(33·여·사진)가 “버스가 이상하니 안전띠를 빨리 매라”고 소리를 지른 것. 안 교사는 을지전망대를 출발하기 전에도 학생들에게 안전띠 착용을 지시했다. 미처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학생들은 안 교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서둘러 안전띠를 맸다. 그리고 2, 3초 뒤 버스는 도로를 벗어나 산비탈 10여 m 아래로 추락하며 전복됐다.

이 사고로 안 교사와 학생 4명이 중상을 입었고, 36명이 경상을 입어 춘천, 양구 등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임모 군(14)은 머리를 크게 다쳐 긴급 수술을 받았다. 버스에는 학생 38명과 교사 2명, 운전사 조모 씨(43) 등 41명이 타고 있었다. 중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안 교사의 순간적 기지와 학생들의 안전띠 착용이 대참사를 막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장에서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한 경찰관은 “버스가 10m 넘게 추락해 상당 부분 파손됐는데도 이 정도 피해를 입은 것은 안전띠 효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띠를 매고도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은 안 교사는 “운전사가 기어 작동을 하는데 제대로 먹히지 않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아 학생들에게 안전띠를 빨리 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학생 이모 군(14)은 “버스 출발 당시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가 선생님의 말을 듣고 황급히 안전띠를 착용했다”며 “그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 군(14)도 “선생님의 지시로 모든 학생이 안전띠를 맸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학생들은 깨진 창문을 통해 탈출했으며 중상을 입은 학생들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일부 학생은 “살려 달라”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 비교적 침착하게 버스 밖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버스는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리다 중심을 잃고 커브 지점에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경사 20도의 산비탈 아래로 떨어졌다.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이나 운전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학생들은 16일 대전을 출발해 강원 대관령 양떼목장, 양양 하조대, 설악산 등을 들른 뒤 이날 안보관광지 양구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학생들은 을지전망대를 관람한 뒤 양구 전쟁기념관과 박수근미술관 등을 둘러보고 대전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이 학교 수학여행단은 교사 8명을 포함해 150여 명으로 4대의 관광버스에 타고 있었다.

양구=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수학여행버스 추락#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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