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代이은 제자, ‘스승의 은혜’에 편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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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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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상 수상’ 성균관대 이명학 교수 ‘감격의 편지’ 받아

11일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한 성균관대 이명학 교수. 성균관대 제공
11일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한 성균관대 이명학 교수. 성균관대 제공
“큰 강의실에서 눈부시게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강의하시던 교수님 모습이 선명해요.”(엄마)

“엄마의 열렬한 추천에 교수님 수업을 들었죠. 교수님은 저에게도 너무나 훌륭한 은사십니다.”(딸)

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57)에게 며칠 전 편지와 e메일이 도착했다. 노란색 종이에 정갈한 글씨체로 써내려간 편지에는 자신을 ‘오래된 제자’라고 칭하는 성균관대 82학번 ‘엄마 제자’ 정혜우 씨(49)의 글이, e메일에는 성균관대 09학번 ‘딸 제자’ 안혜성 씨(22)의 글이 각각 쓰여 있었다.

‘모녀 제자’의 글에는 은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다. 정 씨는 글에서 “지금도 제 기억엔 교수님의 모습이 또렷하다”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 듣고 싶어 옆 교실에서 책상을 옮겨와서까지 앞자리를 고수했던 열혈 학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왜 그때는 교수님께 직접 인사 한번 드리지 못했나 싶다”며 “좋아하는 교수님께 찾아가고 e메일이나 메신저 등으로 스스럼없이 인사도 드리는 딸아이가 부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적극적이지 않았던 학창 시절의 아쉬움이 배어나는 대목이다. 현재 국립대만대에서 파견학생으로 지내는 안 씨는 아직은 어린 대학생답게 “이곳에서 예습 복습할 분량이 어마어마해 힘들었다”면서도 “봄꽃이 아름답게 핀 교정도 보고 싶고 교수님도 어떻게 지내시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2학기부터 중국 베이징(北京) 런민(人民)대 동아시아 법정치 연구 프로그램에 중국 정부 장학생으로 최종 선발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교수님께 기쁜 소식을 전해 정말 좋다. 교수님께도 기쁜 일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 교수는 두 제자의 진심 어린 편지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엄마와 딸이 대를 이어 같은 강의(한자와 한문의 세계)를 듣고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된 것에 정말 감사한다”며 “딸이 귀국하는 6월에 꼭 모녀와 함께 만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안 씨가 강의를 들었던 3년 전을 회상하던 이 교수는 “한 여학생이 수업 때마다 뚫어져라 쳐다보며 열심히 듣더니, 어느 날 내게 와서 ‘교수님 강의를 저희 어머니께서 강력 추천해서 듣게 됐어요’라고 하기에 깜짝 놀랐다”며 “똑똑하고 딱 부러진 성격에 공부를 향한 열정이 대단해 앞으로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모녀 제자는 이 교수의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글을 썼다고 했다. 이 상은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으뜸교사상’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한국교육대상’을 통합해 올해 처음으로 시상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교육상이다. 대학 부문 수상자로 이 교수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모녀 제자가 즉시 축하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 덕에 이런 좋은 상을 받게 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생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며 상금 1000만 원을 모두 성균관대 장학금으로 맡겼다. 이 교수는 3월에도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주관한 ‘100대 명강의’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300만 원도 모두 장학금으로 내놨다.

이 교수의 ‘학생사랑’은 장학금뿐만 아니다. 2004년부터는 새터민 재학생 지도 교수로서 생활 및 진로 상담도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2008년부터는 다문화가족 백일장을 주관했다. 이어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화상(畵像) 멘토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효(孝)와 신(信)’을 주제로 최근 1년간 공을 들여 제작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29일경 시사회를 열어 발표하고 전국 초등학교 및 해외 동포 자녀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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