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 왔다” 줄 선 카자흐스탄 환자들

  • 동아일보

■ 알마티 市서 국내 6개병원 무료진료-환자송출 양해각서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 도스틱호텔에서 열린 한국의료설명회에는 100여 명의 현지 여행업체와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알마티=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 도스틱호텔에서 열린 한국의료설명회에는 100여 명의 현지 여행업체와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알마티=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카자흐스탄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 경제 발전을 추진했습니다. 이제는 의료 분야에서도 한국을 보고 배우려 합니다.”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청에서 기자와 만난 세리크 세이두마노프 부시장은 “한국 의료를 신뢰하는 만큼 카자흐스탄 환자들이 한국에서 더 많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알마티 시정부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미즈메디병원, 우리들병원,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등 국내 6개 병원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시정부가 특정 국가의 의료진을 이처럼 대거 초청해 접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날 열린 한국의료설명회와 25, 26일 열린 카자흐스탄 국제관광박람회(KITF)에서도 한국의료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00곳이 넘는 여행업체와 알마티 병원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카자흐스탄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일찍 경제를 개방한 덕분에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시민은 무료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 환경은 열악해 그간 카자흐스탄 정부는 중증환자를 유럽으로 보내 치료받도록 했다. 카자흐스탄 바이어들은 “요즘 상황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독일에 환자들을 보냈지만 한국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27일 스코로이 포모시 병원에서 열린 무료진료 행사에서도 확인됐다. 한국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다며 300여 명의 환자가 몰려든 것.

한 40대 여성이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던 이준호 우리들병원 원장이 만류했다. 이 원장은 목 통증의 원인은 목 디스크가 아니라 고혈압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혈압부터 먼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설명에 그 여성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성 불임환자 30여 명을 진료한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카자흐스탄 국민이 한국 의료에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미즈메디병원은 스코로이 포모시 병원과 환자송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병원장인 마나트 세이두마노프 씨는 “한국에 두 차례 갔는데, 20곳이 넘는 한국 병원을 견학하면서 높은 의료수준에 놀랐다”며 “앞으로 카자흐스탄 의사들을 한국에 보내 연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은 알마티 시 제1시립병원으로부터 척추센터를 설립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편 이번 의료설명회는 서울 강남구가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주관했다. 개별 병원이 카자흐스탄 시장을 두드린 적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구가 관심을 쏟는 이유는 지역 경제 발전에 외국인 환자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마티=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카자흐스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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