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유족 “녹취록 공개하라” 경기 수원시 피살사건 피해자 유족이 10일 수원중부경찰서를 찾아 경찰 수사진에 112 신고 녹취록 등 관련 수사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유족들은 “경찰청장의 딸이 납치됐더라도 그렇게 수사했겠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계기로 현행 112 신고시스템의 문제점이 속속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 부산 경기 등을 제외하고 지방청 통합신고센터가 운영되지 않는 일부 지역의 일선 경찰서에서는 현직 경찰이 아닌 전경이 긴급 신고전화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북 지역의 한 경찰서 신고센터에서 전경으로 복무하다 2009년 제대한 A 씨(26)는 “원칙상 전경은 신고전화를 받을 수 없고 행정보조 역할만 해야 하지만 경찰들이 전경대원에게 대신 받으라고 떠넘겼다”며 “내근하는 경찰들은 승진시험 준비를 하느라 바빠 10건 중 6, 7건은 전경대원들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린 전경들이 신고에 응대하려다 보니 어설프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 번은 직접 무장 강도 신고를 받았는데 사건을 접수하는 동시에 무전 명령까지 내보내야 해 몹시 당황했다”고 기억했다. A 씨는 “때로는 시민들도 경찰이 아닌 대원이 전화 받는 걸 눈치 채고 ‘당장 경찰 바꾸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원 홍천 지역에서 전경으로 근무하다 2008년 여름 제대한 김모 씨(26) 역시 신고전화를 직접 받는 것이 주 임무였다. 김 씨는 발령을 받은 직후 2주 동안 간단한 전화 응대 매뉴얼만 익힌 뒤 곧바로 업무에 투입됐다. 그는 “다급해 보이는 전화는 경찰 직원을 바꿔주지만 대부분 신고전화는 대원들이 알아서 대충 판단하고 응대한다”며 “신참 전경들은 출동 나갔다 온 직후 쉬지도 못한 채 극도의 피로감 속에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모 씨(26)도 2009년까지 1년 3개월간 대전의 한 경찰서 112 치안상황실에서 전경으로 근무하면서 퍽치기를 포함해 5건의 강력사건 신고 전화를 받았다.
이황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전·의경이 신고자 목소리만 듣고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도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최종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역량이 떨어지면 그만큼 초동 대처가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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