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경 광주 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김형진 상경(23) 등 의경 4명이 성암국제수련원 세미나실에서 광주 5개 중학교 ‘일진’ 학생 8명에게 ‘애정남’ 공연을 했다. 애정남 공연은 ‘빌린 것과 빼앗는 것의 차이’ ‘학교 안 폭력과 학교 밖 폭력의 차이’ 등 애매한 학교폭력의 의미를 설명해줘 일진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이 학교폭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18일 오전 10시경 전남 담양군 수북면 국제청소년교육재단 성암국제수련원 뒷산. 이철수(가명·15) 군 등 광주 5개 중학교 3학년 학생 8명과 김영래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49·경위) 등 형사 6명이 번갈아가며 삽으로 땅을 팠다. 이들은 70cm 깊이로 땅을 판 뒤 작은 유리병(타임캡슐)을 묻었다.
열쇠가 설치된 유리병에는 이 군 등 학생 8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가 들어 있었다. 유리병에는 이 군 등이 ‘1년 후 나의 모습, 가고 싶은 대학, 장래 희망’ 등 꿈을 적은 쪽지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1박 2일 동안 진솔한 대화를 나눈 뒤 유리병을 묻었다.
이 군 등 학생들과 김 팀장 등 형사들의 인연은 지난달 14일 광주 북구의 한 지역 학교폭력 사건 수사로 시작됐다. 이 군 등 11명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후배 22명에게 상습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현금, 자전거, 점퍼 등을 빼앗았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 군 등은 경찰에 일진 활동 포기서를 제출하고 선도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들을 수사하던 김 팀장 등 형사들은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했다. 조언이 한 달 정도 이어지자 이 군 등은 형사들을 ‘삼촌’ 또는 ‘아저씨’로 부르면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신뢰가 형성된 이 군 등 일진 학생들과 형사들은 17일 오전부터 수련원에서 이틀 동안 이색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에는 일진 학생 3명의 부모도 참석했다. 이 군 등은 17일 낮 형사들과 족구, 축구 등을 하며 호흡을 다졌다. 특히 모닥불 행사에서 김 팀장 등 형사들도 청소년 시절 부모 속을 태웠던 경험을 먼저 털어놓자 이 군 등 학생들도 말문을 열었다. 노래 ‘어머니 은혜’가 색소폰으로 연주되자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후회와 부모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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