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김윤식 정지용 신석정… ‘시문학파’의 詩心, 강진서 만난다

  • 동아일보

시문학지 창간일 맞춰 내달 5일 기념관 개관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성리 영랑 김윤식 선생 생가 옆에 건립된 시문학파기념관 내부. 기념관은 한국문학 사상 최초의 문학유파 기념관이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성리 영랑 김윤식 선생 생가 옆에 건립된 시문학파기념관 내부. 기념관은 한국문학 사상 최초의 문학유파 기념관이다. 강진군 제공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영랑 김윤식(1903∼1950)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한국 순수 서정시의 백미로 꼽힌다. 영랑을 비롯한 박용철, 정지용, 신석정 등 ‘시문학파’는 1930년대 당시 풍미했던 카프문학과 감각적 모더니즘에 휩쓸리지 않고 이 땅에 순수문학을 뿌리내리게 한 모태가 됐다. 시문학파 시인들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기념관이 전남 강진에 문을 연다. 특정 문인이 아닌 유파 전체를 한자리에 아우르는 기념관은 한국 문단 사상 처음이다.

강진군은 강진읍 서성리 영랑 생가 옆 1521m²(약 460평) 터에 29억 원을 들여 지은 시문학파기념관을 시문학지 창간일(1930년 3월 5일)에 맞춰 다음 달 5일 개관한다고 28일 밝혔다. 기념관은 총면적 600m²(약 180평)로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 각종 자료와 사진 등을 전시하는 공간과 자료실, 세미나실, 소공원 등 시설을 갖췄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 이미지가 시선을 끈다. 시문학파 탄생 배경과 시세계를 통해 1930년대 문학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1910∼60년대 한국 문단사의 큰 줄기를 살필 수 있는 ‘한눈에 보는 한국시사’ 코너도 엿볼 수 있다. ‘시인의 전당’ 코너는 시문학파 동인 9명의 유품과 친필, 저서, 사진물 등이 전시돼 시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

‘20세기 시문학도서관’에는 5000여 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다. 이 중 국내 유일본 ‘신문계’(1916년)를 비롯해 학술문예지 ‘여명’(1925년)과 ‘여시’(1928년) 창간호, 최초의 번역시집인 김억의 ‘오뇌의 무도’(1923년), ‘시문학’(1930년), ‘문예월간’ 종간호(1932년) 등이 포함돼 있다. 강진군은 3월 5일 기념관 1층 야외무대에서 개관식을 갖고 ‘왜 시문학파인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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