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나꼼수… “비키니 시위 발언 성희롱 아니다” 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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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
진보진영서도 비판 논란가열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멤버인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가 비키니 시위 논란에 대해 “성희롱이 아니었다”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발언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씨와 주진우 시사IN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 등 나꼼수 멤버들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정봉주 전 의원 구명 촉구 비키니 인증샷 독려 발언에 대해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고 성희롱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어준 씨는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성립한다. 비키니 사진을 올린 여성이 ‘우리(나꼼수)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가는 우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은 불평등한 관계가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성이 오랜 세월 성적 약자였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예민할 수 있고 그럴 권리가 있음은 인정한다”며 “다만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고 그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 불쾌하다고 이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비키니 인증샷과 관련한 비난에 대해 ‘법적 도의적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자리 잡은 나꼼수가 이번 사안을 나꼼수 멤버와 사진 속 여성과의 관계로만 국한해 해석한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문가 “일반인이 느낀 불쾌감에 미디어로서 책임질 줄 알아야” ▼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는 “사진 속 당사자가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나꼼수를 청취하는 일반인들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씨가 이날 ‘생물학적 완성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온라인상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콘서트 참가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그 분(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한 것도 사실이고 동시에 ‘아 이런 식의 (신선한) 시위도 가능하구나’라며 정치적 동지로서 감탄한 것도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ID ‘@la_******’는 “김어준의 이번 발언은 생물학적 미완성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그렇게 따지면 ‘키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고 말했다가 욕먹은 ‘루저녀’ 역시 자신의 생물학적 완성도 기준치에 따라 말했던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생물학적 완성도’라는 단어가 이날 하루 유행어처럼 번져 ‘나의 생물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내일 정월대보름은 생물학적 완성도가 높은 달이 뜨는 날’ 등의 트윗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나꼼수와 정치적 성향을 같이해 온 진보 진영 인사들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영화감독 이송희일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키니 사진을 보며 생물학적 완성도를 운운했다는 김어준. 이제는 우생학으로 진화하고 계신가 보죠? 이쯤 되면 더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요. 강용석은 좋겠어요, 길 건너에 든든한 마초 동지가 계셔서”라고 적었다. 대한민국자식연합 총재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정신분석학적으로 참 완성도 떨어지는 소리를 했네, 사회학적으로 참 뭐 같은 타이밍에, 정치학적으로 안타깝게…”라고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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