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안풀고 고장 지하철 밀다 탈선”… 어이없는 출근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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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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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서울 1호선 정비불량 겹쳐… 4시간 반 스톱시민들 “안내방송 제대로 안해”… 국토부, 코레일 조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행하는 국철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2일 오전 7시 반경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역 승강장을 가득 메운 채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코레일이 고장난 전동차를 뒤에서 밀어내다 탈선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사고 수습까지 무려 4시간 29분이 걸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행하는 국철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2일 오전 7시 반경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역 승강장을 가득 메운 채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코레일이 고장난 전동차를 뒤에서 밀어내다 탈선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사고 수습까지 무려 4시간 29분이 걸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7.1도까지 떨어진 2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운행이 4시간 29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갑작스러운 추위로 인한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전동차 운영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의 실수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엄격한 정밀조사를 거쳐 관련자 책임 추궁에 나서기로 했다.

○ 브레이크 안 풀고 열차 밀어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2분 천안을 출발해 청량리역으로 향하던 602호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췄다. 박승언 코레일 광역차량처장은 사고 원인에 대해 “기온이 급강하하며 전동차 배터리가 방전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 큰 사고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일어났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8시 8분 고장난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를 연결해 성북차량기지까지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종로5가역에 이르렀을 때인 오전 8시 40분 고장 열차가 선로에서 이탈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탈선 때문에 상행선뿐 아니라 하행선 운행까지 막혀 결국 최종 수습시간인 11시 51분까지 4시간 반이 걸려 서울지하철 사상 최장시간 운행중단 사고로 기록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사고를 ‘인재’로 추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이 얼어서 닫히지 않는 종류의 사고가 아니라 배터리가 방전된 것은 정비 불량”이라며 “해당 전동차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차 탈선 부분은 기관사의 ‘실수’로 보고 있다. 국토부 측은 “사고수습 당시 전동차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수동으로 고장 전동차의 브레이크를 풀다 9번째 객차의 브레이크가 잠긴 것을 모르고 차량을 밀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객차 바퀴만 굴러가지 않고 끌려가다가 마찰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며 탈선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현장조사 결과 고장 열차 10량 중 9번째 칸 2개 바퀴만 선로에서 이탈했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모른 채 전동차를 민 것은 심각한 직무기강 해이”라며 “앞으로 철도 정비를 할 때 여객기 수준의 교차확인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2일에도 KTX 열차가 정차 역을 지나쳤다가 다시 승객을 태우기 위해 12분 동안 역주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팽정광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직원 안전교육을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달 만에 또다시 사고를 냈다. 이날 서울역 사고 외에 구로역에서는 강추위에 전기공급선이 망가져 전동차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 “사고 수습도 무성의”…시민 부글부글


고장 차량 탈선으로 서울역∼청량리역 1호선 구간 운행이 오전 8시 40분부터 완전히 중단되자 서울역 앞 광장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 행렬이 차도까지 이어졌다. 직장인 박충호 씨(31)는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택시가 있어도 사람이 많아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며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이 더욱 불만을 터뜨린 것은 코레일 측의 무성의한 사고 수습이었다. 차비를 되돌려 받으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고객안내센터로 몰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내조차 없어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직장인 윤지수 씨(26·여)는 “차비 환불을 요구하니 안내 직원이 사과도 없이 1000원 한 장을 던져줘 더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지각한 직장인들은 안내센터 창구에서 차량 지연 사유서 발급을 기다리느라 더욱 늦어졌다. 외국인을 위한 안내 방송도 따로 이뤄지지 않아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서울역을 찾은 외국인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엔도 사키(遠藤早希·31·여) 씨는 “동대문으로 가려고 30분째 지하철을 기다렸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지하철 1호선에서 아예 운행이 중단된 열차는 상행선 65대, 하행선 8대였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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