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치운 온가족 독서, 천만금 준다고 살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독서올림피아드 대상 받은 6학년 이나영 양의 책읽기

책을 읽으려고 책상 앞에 앉은 이나영 양 가족. 이 양은 10년 가까이 가족과 함께 독서 습관을 다지면서 지난해 본보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독서 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동생 준혁 군과 어머니 하욱이 씨, 나영 양, 
아버지 이재명 씨. 이나영 양 제공
책을 읽으려고 책상 앞에 앉은 이나영 양 가족. 이 양은 10년 가까이 가족과 함께 독서 습관을 다지면서 지난해 본보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독서 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동생 준혁 군과 어머니 하욱이 씨, 나영 양, 아버지 이재명 씨. 이나영 양 제공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철수 원장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받은 학생들도 꾸준한 독서가 언어영역 공부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 창의적인 아이가 되려면 독서가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고입·대입 전형이 늘어나면서 꾸준한 독서와 이력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서습관을 기르고 독서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0년 가까이 가족이 함께 책을 읽었고, 지난해 10월 독서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의 가족 이야기와 전문가의 조언으로 알아본다.

○ 온 가족이 함께해야 독서습관 생긴다

경기 이천시 아미초등학교 6학년 이나영 양은 격주 일요일마다 온 가족이 이천시립도서관을 찾아 스무 권씩 책을 빌린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 책을 꺼내 든다. 아버지 이재명 씨(40) 역시 퇴근이 늦어도 책을 꺼내 든다.

거실에서 TV를 치운 가족 독서는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어머니 하욱이 씨(40)는 이 양이 다섯 살 때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여섯 살 때부터는 주말마다 도서관을 찾았다. 요즘 이 양은 ‘수메르에서 로마까지 고대 사람들’(대교출판)이란 책을 읽는다. 하 씨는 “나영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역사 속 이야기나 공주 왕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는데, 지금도 역사 분야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려면 이 양 가족처럼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오서경 연구원은 “요즘은 아이들이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에 노출돼 있어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책을 보지 않으면 아이들의 꾸준한 독서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TV를 안방으로 치우고 함께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이 양의 독서 습관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아버지 역할도 중요하다. 오 연구원은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해 비전을 얻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이 책을 읽는다면 아버지가 참여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씨 역시 “처음엔 책 읽어주기에 소홀했던 남편도 책을 읽어주겠다고 할 때 아이들이 TV를 끄고 다가왔다. 남편 스스로 책을 읽고, 읽어주니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도서관을 찾기 어렵다면 대형 서점이나 마트 안 도서 코너를 자주 찾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가족이 꾸준히 독서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흥미 잃지 않는 방법으로 ‘독서이력’ 남겨야

독서 습관과 함께 빼놓지 않아야 할 점이 ‘독서이력철’이다. 특수목적고나 대학 입학사정관제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강조되면서 학생의 독서 경험이 중요한 전형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기록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력 작성이 숙제나 짐으로 느껴지지 않아야 꾸준히 독서이력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책 속 등장인물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다. 상장을 주고 싶은 등장인물을 고르게 한 뒤 왜 그런지를 표현하도록 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책 속의 인물에게 쉽게 빠져들기 때문에 책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등장인물을 활용하는 방식만으로도 훌륭한 독서이력이 된다.

등장인물에게 선물 주기, 등장인물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도 활용할 만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책의 줄거리를 그림과 말 풍선을 활용한 만화로 표현하면 된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읽은 책의 내용을 독서퀴즈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오 연구원은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흔적을 남기되 아이의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쓰는 것이 싫다면 책을 읽고 3분 정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녹음해 가족에게 들려주는 것도 훌륭한 독서이력관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독서 일정은 월별 일정에 맞춰서

한 해 독서 계획을 미리 세우는 일도 좋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의 경우 매달 학교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된 독서가 좋다고 조언한다.

초등학생은 본격적으로 단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명절이나 교내 행사를 익히는데, 이런 기념일과 학교생활 주기를 고려한 독서가 실생활과 이어져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컨대 설날이 있는 1월에는 옛 이야기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책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친구를 사귀는 이야기를 읽도록 하는 식이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손효임 연구원은 “매달 다양한 국가 행사와 교내 행사가 이어지고 이와 연관된 도서가 많이 출간되므로 이를 참고해 독서계획표를 작성하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새로운 기분으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위인전 읽기 효과 키우려면

보통 초등학교 3, 4학년이 되면 위인전을 많이 읽는다. 위대한 인물의 삶을 엿보는 일만으로도 좋지만, 그 인물을 멘토로 삼고 진로 탐색까지 한다면 읽기 효과는 더 커진다. 아이에게 어떻게 위인전을 읽도록 지도하면 좋을까.

아이와 위인전을 읽고 대화할 때는 위인이 위대한 능력을 갖기 위해 어려서부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은 6세 때부터 할아버지 식료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와 동네 사람들에게 팔았는데, 이때 어떤 물건이 더 많이 팔리는지 수첩에 적어가며 매출을 늘렸다. 또 학생 시절 매일 신문을 배달하면서 보급소에 남은 신문을 꼬박꼬박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

이런 일화를 통해 버핏이 그냥 부자가 된 것이 아님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위인이 어려서 했던 작은 실천을 아이도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한다면 위인전 속 인물은 아이에게 멘토가 될 수 있다.

위인전은 진로 탐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입시에서 진로 탐색과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중요해지면서 위인전 속 인물의 분야도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나온 ‘교원 세계 위인 전집’을 보면 간디, 에디슨, 나이팅게일, 마틴 루서 킹, 고르바초프 등 과거의 정치가 과학자 종교인 사회봉사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출간된 ‘교원 ALL STORY 눈으로 보는 세계 인물’에는 오드리 헵번, 헨리 포드, 코코 샤넬, 월트 디즈니,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등 최근 인물에 예술가 기업가도 등장한다. 윤미영 교원 ALL STORY 편집장은 “인물이 종사했던 분야를 함께 공부하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지도 따져보면 진로 탐색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위인전은 배경지식 확장에 도움이 된다. 시대적 배경 및 위인과 관련 있는 현대 인물을 찾아보자. 윤 편집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관련된 위인전을 읽을 경우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 ‘현대의 다빈치’라고도 불리는 백남준과 앤디 워홀에 관해서도 찾아보면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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