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새끼’ 판사, 대법원 판결도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 이정렬 판사, 정봉주 형확정뒤 SNS에 “많이 속상하시죠?” 글

이정렬 판사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요약).
이정렬 판사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요약).
현직 부장판사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법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행정부를 공격한 데 이어 상급심 판결까지 문제 삼자 수수방관하는 대법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 ‘신상털기 자제’ 포장은 했지만…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42·사법시험 33회)는 23일 오전 7시 10분경 자신의 트위터에 “소중한 트친(트위터 친구)님들 많이 속상하시죠? 안타까움, 실망, 배신감 등으로 못 주무시지 않았을까 걱정입니다”라고 썼다.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루 전인 22일 대법원이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주심을 맡은 이상훈 대법관의 출신 지역, 가족관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자 “트친님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만 판결 결과나 시기, 경위가 전혀 승복할 수 없는 것이더라도 판사의 신상털기는 과하다”라며 “지금의 분노를 맘껏 표현하시되, 신상털기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법관에 대한 ‘신상털기’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쓴 글이지만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친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인 22일 오전 7시경에도 “오늘 아침 10시에 꼭 듣고 싶은 소식이 있습니다. 꿈자리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하니, 제가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의 소식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이상훈 대법관을 옹호하는 글은 전혀 아니죠”라는 다른 트위터 이용자의 글에 대해 “언제 내 머릿속을 털어가셨나? 자네가 무섭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실상 하급심 판사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잘못된 판결’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 석궁테러 땐 ‘마음 아프다?’

이 부장판사를 지지하는 이들 중 일부는 이 대법관과 대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부장판사의 한 트위터 팔로어는 2007년 대학교수가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고등법원 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해를 입힌 사건에 빗대 “그때 석궁 쏜 교수가 밉습니다. 왜 확실히 쏘지 않았을까요”라며 법관에 대한 테러마저 정당화하는 글을 남겼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부장판사가 ‘석궁테러’를 일으킨 김모 교수 사건의 주심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도 테러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했는데 피습을 당하는 현실과, 당사자를 배려하고 그의 입장에서 고민했는데 편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재판과 판결을 했다는 평가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지금의 분노를 맘껏 표현하라”고 한 것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다.

○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창원지법은 22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부장판사가 18일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으로 표현된 패러디물을 올린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은 이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은 법관의 윤리강령 위반 여부나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구두·서면 경고를 하거나 대법원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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