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장과 수사 실무책임자가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국회의원 수행비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은 것에 대해 두 사람의 견해가 충돌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조 청장은 “공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보였지만 황 기획관은 “배후가 있다는 단서는 없었다”고 맞섰다.
조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격 가담자들에게 1억 원을 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면 대가성 거래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다”며 “하지만 황 기획관이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들의 금전거래가 범죄와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김 씨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 씨가 공격을 실행한 강모 씨에게 별다른 대가도 없이 돈을 줬다고 하는 부분을 포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도 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동석한 황 기획관은 “조사 결과 이들의 자금 출처와 거래 내용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독 범행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견해차는 15일에도 드러났다. 경찰은 15일 조 청장의 뜻을 반영해 “선관위 공격에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지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배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기획관은 “공 씨의 단독 범행이란 결론은 변함이 없다”고 받아쳤다. 황 기획관은 “열흘이라는 시간적 한계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했지만 단독 범행 외의 가능성은 찾기 어려웠다”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없는 사실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지휘부 내부의 혼선과는 별개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미심쩍은 행동 역시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경찰은 김 씨가 공 씨를 만나 범행 계획을 듣기 전에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모 행정관과 저녁식사를 한 사실을 언론에 숨기려 했다. 박 행정관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터넷 홍보담당 비서를 지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연루자들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했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범죄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은폐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씨를 16일 소환했다. 김 씨는 디도스 공격 전 공 씨에게 1000만 원을 보내고 선거 뒤인 지난달 11일 공범인 정보기술업체 대표 강모 씨에게 9000만 원을 송금해 범행을 모의하고 대가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15일 최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국회의장실에서 임의 제출을 받아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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