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약령시 전통-현대 공생’ 보도후 두달간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제휴식당-미장원 손님들 무료검진에 약차도 한 잔

본보 10월 12일자 A1면.
본보 10월 12일자 A1면.
10일 오후 대구 중구 성내동 중앙한약방. 입구와 건물 외벽에는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간판 대신 신체 부위별 침(鍼)자리를 표시한 그림이 내걸려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환자 증상에 따라 약 짓는 방법을 쓴 한약 처방전이었다. 특이한 모양 때문에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봤다.

박신호 대표(46)는 “한약을 파는 곳이 아니라 늘 사람들이 휴식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곳에 오면 이야깃거리가 넘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대구 약령시(藥令市)의 한 상인이 전통에만 기대지 않고 현대와 상생하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님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로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것이다.

▶본보 10월 12일자 A1면 353세 대구약령시에 젊은 손님이 몰려왔다…


박 대표의 변화 움직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선 지난달 말부터 주위에 있는 다른 업종 상점들과 손잡고 무료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찾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약방을 살릴 수 있다는 기본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각 상점에 일일이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구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제휴한 상점을 이용한 고객은 중앙한약방 건강상담과 약차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헐리우드 헤어샵(미용실) 행복제면소(국수전문점) 미소씨티(스크린골프) 약전삼계탕 동아전복 청도식당 종로숯불갈비 진골목식당 국일따로국밥 등 9곳이 참여했다. 이들 상점에는 한약방 위치와 상담시간, 전화번호 ‘고객감사 서비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앙한약방 박신호 대표(왼쪽)와 부친인 박재규 원장이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약차를 만들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중앙한약방 박신호 대표(왼쪽)와 부친인 박재규 원장이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약차를 만들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실제 안내문을 보고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후에는 국수를 먹고 한약방을 찾아온 30대 여성이 상담을 받았다. 얼굴에 붉은 종기가 나는 피부질환이 고민이라는 그는 “약령시는 무조건 뭘 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찾을 수 없었다”며 “홀가분하게 상담 받고 약차도 먹어서 좋았다. 조만간 어머니와 함께 한약처방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예전 약령시에 오면 늘 한약냄새가 났던 추억을 살리기 위해 ‘한약향기샤워’라는 사업 구상도 하고 있다. 이 역시 돈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약 달이는 시간을 공지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몸에 좋은 약 기운과 향을 선사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한약방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커피전문점과 카페 같은 느낌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