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 한산모시짜기 - 택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모시짜기, 공동체 결속” 평가

여인들의 정성과 인내로 한 올 한 올 빚어내는 모시의 아름다움, 허공의 줄 위에서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풀어내는 한판 세상 이야기, 마치 무용을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하고 유연한 몸동작.

한산모시짜기, 줄타기, 택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28일 등재됐다. 택견은 세계의 전통 무예 가운데 처음 인류무형유산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는 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무형유산위원회를 열고 우리나라가 신청한 한산모시짜기, 줄타기, 택견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모두 14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함께 신청했던 조선왕조궁중음식, 나전장, 석전대제는 이번에 등재에 실패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4호 한산모시짜기는 충남 서천군 한산 지역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해온다. 어머니 딸 며느리가 함께 하는 가내작업이면서도 마을 사람들이 정해진 구역에서 작업함으로써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사회적 문화적 기능도 수행해왔다. 이번 심사에서도 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30년 넘게 모시짜기를 해온 기능보유자 방연옥 씨(65)는 “모시짜기가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세계 제일의 옷감인 모시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다. 그 점을 인정받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는 공중에 매 놓은 줄 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발림을 섞어가며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민속놀이. 줄타는 것에만 치중하는 외국의 줄타기와 달리 우리의 줄타기는 무용 재담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성격이 강하다. 아홉 살 때부터 줄타기를 해온 기능보유자 김대균 씨(45)는 우선 “세계인의 줄타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줄 타는 줄광대와 줄 아래의 어릿광대는 눈빛만 마주치면 무슨 이야기도 다 풀어낼 수 있다. 허공의 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우리 줄타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76호 택견은 춤추는 듯 율동적인 동작으로 상대를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는 전통 무예다. 음악적이며 무용적인 리듬을 지니고 있어 예술성 짙은 무예라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충북 충주시에서 택견을 전승하는 기능보유자 정경화 씨(58) 는 “다른 무술들은 강한 것만 추구하지만 우리의 택견은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몸동작이 리드미컬하고 유연하다 보니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무예다. 생활 밀착형 전통 무예라는 점을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무예인 쿵후도 이번 심사 대상이었으나 중국이 27일 신청을 철회해 등재에 실패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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