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구당 뜸 치료 범죄혐의 인정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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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침사 시술경력 고려”…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한의사協 반발… 성명서 내

헌법재판소가 구사(뜸 시술자) 자격이 없이 뜸 치료를 한 혐의로 구당 김남수 옹(96)에 대해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무면허 뜸 시술을 모두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침사 자격을 갖고 오랫동안 뜸 시술을 해온 구당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그동안 뜸 시술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한의학계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헌재는 2008년 7월 서울북부지검이 내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구당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인용) 대 1(기각)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의 혐의는 인정되지만 굳이 형사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검사의 처분이다. 헌재의 결정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뜸 시술은 위험성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김 씨와 같이 침사가 뜸을 놓는 경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위험성이 적다”며 “오랫동안 침사의 뜸 시술에 대한 제재가 없었을 만큼 침사에 의한 뜸 시술은 사회 일반에서 일종의 관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침사로서 수십 년간 침술과 뜸 시술을 해온 김 씨의 행위는 법질서나 사회윤리 및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인데 이를 따지지 않고 김 씨에게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동흡 재판관은 “뜸과 침은 별개로 뜸을 시술할 때는 그 자체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침사라고 해서 당연히 뜸 시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결정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뜸 자격이 없는 침사가 뜸을 오래했다고 뜸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운전자가 운전을 장기간 했다고 하여 면허증을 주는 것과 같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협회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의 질병이나 상태를 잘못 판단한 채 뜸 시술을 하는 바람에 일부 환자는 피부이식수술을 받거나 사지 일부를 절단했으며 심한 환자는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있다”며 “뜸 시술행위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가 작다는 판단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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