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러시아 한국대사관에 협박편지 “당신들은 포위됐다… 백기 투항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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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단체서 보낸 듯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현지 극우단체가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괴우편물이 전달돼 대사관 측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극우단체 소행으로 보이는 한국인 관광객 피격사건이 일어나 안전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9일 “옛 소련 시절 러시아 기관 명칭인 인민위원회와 위수사령부 명의의 괴우편물이 7일 대사관으로 발송돼 왔다”며 “비슷한 우편물이 주러 일본대사관을 비롯한 몇 개 외국공관에도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위원장 명의의 우편물에는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여, 당신들은 포위됐다. 당신들은 희망이 없으며 이제 막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저항을 중단하고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위수사령관 명의의 다른 우편물에는 “모든 유대인과 소수 민족 지도자들은 ‘모두를 위한 러시아’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는 박물관 옆으로 개막일(8일)에 맞춰 모여라. 이틀간의 음식과 모포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괴우편물이 거론한 멀티미디어아트박물관은 한국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오스토젠카 거리와 로푸힌스키 소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있으며, 이곳에선 러시아 내 소수 민족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8일 개막한 전시회는 다음 달 1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사관 측은 일단 교민들에게 신변 안전을 당부하는 유의문을 e메일로 발송하는 한편 모스크바 시 경찰에 교민 안전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모스크바와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는 지난해까지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극우주의자들의 각종 폭력과 테러가 빈발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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